행복가정 콘텐츠로… ‘가정사역 MBA’가 움직인다

입력 2020-03-06 18:43 수정 2020-03-06 20:30
지난해 봄 경기도 양평군 잠실길 하이패밀리 채플에서 열린 ‘가정사역 MBA 홈커밍데이’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교제하는 모습. 하이패밀리 제공

“처음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온 사람은 없다.”

하이패밀리의 스피릿(spirit)이다. 스피릿은 등대와 같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홀로 빛난다. 등대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비춘다. 사람들이 하이패밀리를 찾는 이유다. 환대가 있다.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스피릿은 또 있다.

“낭떠러지 아래 구급차가 되기보다 낭떠러지 위의 울타리가 되겠다.”

하이패밀리의 30년 역사를 쓰게 만든 주춧돌이었다. 사역의 중심은 사람이었다. 가정사역자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일이 최고의 관심사였다. ‘가정사역 MBA’는 그렇게 탄생했다.

사역의 관점, 성경적 바탕, 학문적 기초라는 세 틀에 따라 가정신학을 공부했다. 상담심리 발달심리 중독심리 등 이론으로 무장했다. 아버지학교 부부행복학교 아내행복교실 등 목회현장에 구체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응용 과목을 훈련하고 전수했다.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환호했다. 박사학위를 가진 이들까지 문을 두드렸다. 신학교가 말해주지 않는 행복가정의 콘텐츠가 있어서다.

그들이 고백했다. “가장 큰 수혜자는 교인이 아닌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아내를 이해하게 됐고 자녀들을 진정으로 품을 수 있었습니다.” “강단 언어가 달라졌어요. 한 성도가 그래요. ‘목사님 메시지가 치유적이라고요.’”

놀라운 일이었다. 성도들의 가정을 살려보려던 이들 자신이 회복되고 치유됐다. “제가 진작 이 코스를 만났더라면 저와 제 목회가 달라졌을 텐데…. 하지만 뒤늦게라도 감사합니다. 목회 이후까지 돌아보게 됐으니까요.” 자신으로부터 변화는 교회로 흘러넘쳤다.

목회경력 30년 차 목회자 부부가 지난 학기 수료식에서 나눈 고백이다. “‘배우면서 사역하라’는 하이패밀리의 모토를 따라 그대로 실천하기를 참 잘했습니다. 2년 과정 중 부부행복학교 사춘기부모교실 영유아부모교실 웰리빙 등 그때그때 배운 과목을 바로 교회에서 프로그램화했습니다. ‘자립형 가정사역’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됐습니다. 과정을 수료한 성도들의 변화된 삶은 한 가정만이 아니라 그가 속한 소그룹과 교회 안팎에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입을 통해 가정사역의 필요와 중요성이 선포되고 있었습니다. 하이패밀리 가정사역 프로그램은 목회사역을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최고의 종합 선물세트였습니다.”

그동안 이 과정을 거쳐 간 수료자만 3000여명이다. 전문 가정사역자의 길과 함께 교수와 선교사로 활동하는 이들이 수백명을 넘어섰다. 가정사역 MBA는 어느새 ‘가정사역 사관학교’로 자리매김됐다. 슈퍼 비전이 있다. 멘토링이 뒤따른다. 과정을 마치면 직업능력개발원 인증의 자격증이 수여된다. 교회 울타리를 뛰어넘는다. 세상으로 나아간다. 사역은 확장된다. ‘가정사역 센터장’으로 현장에 파송된다.

“45년의 역사를 갖고 성장해 온 우리 교회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 1㎞ 안에 카페만 30곳이 넘습니다. 정말이지 상처와 아픔으로 자신의 동굴에서 나오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 참다운 대화에 목마른 영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들에게 패밀리세움센터 ‘소올’(Soul, 蘇兀)이 이름 그대로 영혼이 소생해 우뚝 서게 할 섬김과 사랑의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꿈마을엘림교회 김영대 목사, 한수은 사모의 파송식 답사 중)

현재 전국에 207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있다. 하이패밀리의 목표는 하나다. 국가주도형의 건강가정지원센터를 능가하는 교회주도형의 ‘가정사역센터’가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세워지고 뿌리내리는 일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선교지로까지 뻗어 나가야 한다.

초창기 가정사역 전공으로 움직이던 코스에 활력이 붙은 것은 국내 최초로 ‘신체심리학과’를 개설한 일이다. 머리로 깨닫는 1차 교육을 넘어서서 머리로 깨닫고 가슴으로 느끼고 몸으로 익혀서 삶에서 행하는 4차 교육이 가능하게 되면서 가정사역은 또 한 번 날개를 달았다. 세상이 열광했다. 각 학교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훈련생들의 활동 영역이 교도소로, 건강가정지원센터로, 기업 등으로 확장된다. ‘담장 너머로 뻗은 나무… 푸른 열매’의 야곱의 축복을 떠올린다.

홀로 움켜쥐는 것은 쉽게 사는 길이다. 하지만 함께 나누는 동반성장은 바르고 가치 있게 사는 길이다. 하이패밀리는 지금껏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는 명제를 실천으로 증명해 왔다. 함께하는 교회가 수백 교회를 넘어섰다. 콘텐츠 개발에 만족하지 않고 플랫폼까지 만들어내는 것을 완성으로 본다. 한국가정사역개발협회, 한국신체심리협회, 전국가정사역자들의 연대모임인 가정사역정상회담을 통해 ‘우리’가 된다. 이때 하이패밀리는 또 하나의 스피릿을 추가한다.

“홀로 선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하고 한 개의 실로는 천을 짜지 못한다.”

송길원-김향숙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