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가 매우 힘든데, 대부분 교회가 예배 방식에 온통 관심을 두니 안타깝습니다. 교회는 즉시 재정을 지원하고 봉사단을 꾸려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조직신학자 김동건(사진) 영남신학대 교수가 진단한 코로나19 시대 한국교회의 현주소다. 김 교수는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교회의 하나님’이 아니라 ‘세상과 역사의 하나님’인데, 한국교회는 사회 경제 등 공적 영역에서 기독교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치지 못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늘날 교회는 공적 영역에서 본연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을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앞으로는 종교와 공적 영역의 이원화를 극복하고, 가정 직장 사회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럴 때 기독교 신앙은 살아있는 신앙이 되고 공적 신앙이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과학적 결정론, 공적 신학, 우주적 그리스도론 등 21세기에 집중적으로 논의될 신학적 주제 12가지를 다룬 ‘그리스도론의 미래’(대한기독교서회)를 펴냈다. 지난해 미국과 영국에서 같은 이름으로 출간된 책의 한국어 번역판이다. 이전작 ‘예수: 선포와 독특성’ ‘그리스도론의 역사’의 후속이자 ‘그리스도론 3부작’의 완결판이다. 현재 경북 경산에서 교편을 잡은 그를 지난 3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그리스도는 공적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무한한 우주에서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등 21세기 기독교인이 품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시대가 변하면 그리스도에 관한 진술인 ‘그리스도론’도 달라져야 한다. 그는 “과거의 그리스도론으로는 예수를 동시대적으로 만날 수 없다”며 “그리스도를 우리 시대의 언어와 사고체계 안에서 새롭게 진술할 때, 그리스도를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책에서 그는 우주와 역사를 아우르는 그리스도론을 새로이 소개한다. 근대 신학의 주류였던 인간 중심의 ‘역사적 예수’에 자연과 우주를 포괄하는 ‘우주적 그리스도’를 조화시킨 모델이다. 전자가 그리스도를 ‘인간의 구원자’로 본다면, 후자는 ‘피조세계의 구원자’로 이해한다. 여기서 말하는 피조세계에는 외계 지성체도 포함된다. 김 교수는 외계 지성체가 생명과 사랑의 가치를 존중한다면, 인류와 형제애를 나눌 수 있다고 본다. 그리스도의 구원이 인간을 넘어 ‘우주적 보편성’을 지닌다고 해석했다. “외계 지성체와 예수의 정신을 나눌 수 있다면, 하나님이 우주의 창조자란 성서의 고백을 확인하는 것”이라서다.
우주관이 무한히 확장되고, 과학기술이 고도화되는 현시대에 기독교는 반드시 과학 주류와 대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과학은 대체로 중립적이므로, 종교적 입장에 편향되거나 극단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문제는 과학에 관한 기독교의 잘못된 대응이다. 대표적 경우가 16세기 지동설과 19세기 진화론 논쟁이다. 기독교가 인내심을 갖고 과학과 대화하며 그리스도의 사역, 성령, 구원, 종말 등을 재해석할 때 독단과 폐쇄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책은 ‘하나님의 구원인가, 인간의 협력인가’와 같이 오래전부터 논란이 됐던 구원론의 쟁점도 폭넓게 다룬다. 비기독교인의 사회봉사가 기독교 구원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소개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단을 넘어 정통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확대될 수 있는 현 상황을 교회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김 교수는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대안으로는 ‘성서의 근본으로 돌아갈 것’과 ‘교회주의 타파’를 들었다. 그는 “교회는 건물도, 직제도 아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고, 이를 가정 사회 역사 자연에 실천하기 위한 곳”이라며 “교회가 꾸준히 성서의 근본정신을 사회와 민족을 위해 실천하고 ‘내 교회만 교회’란 교회주의를 벗어난다면 점차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폐쇄적 신앙은 기독교를 위태롭게 한다”며 “목회자와 성도가 이 시대에 깊은 애정을 갖고, 시대와 대화하며 신앙의 의미를 꾸준히 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