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집 왔다가… 고덕동 화재 어린이 3명 참변

입력 2020-03-05 04:04
화재로 4일 오후 어린이 3명이 숨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상가주택 앞에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어린이 신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어린이 3명이 숨졌다. 이들은 보호자 없이 외할머니집에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어린이집이 휴원한 가운데 집에 머물던 아이들이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서울 강동소방서는 4일 오후 3시쯤 고덕동의 4층 상가주택에서 불이 나 3층에 있던 A군(4)과 B양(4), C양(7)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촌 관계인 이들은 전신 3도의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나뉘어 옮겨졌으나 모두 사망했다. 불은 약 20분 만에 진화됐다.

사고 당시 아이들의 엄마는 잠시 집을 비웠고, 외할머니는 일터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은 가족의 이사 문제로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집에 들른 것”이라며 “이사 와중에 친척과 옷 등을 주고받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가족과 인근 주민들 사이에선 “아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린이집이 휴원하는 바람에 오후 시간대에 집에 머물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 유가족은 “내가 일하러 나가는 바람에 아이들을 돌보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평소였다면 숨진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있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가족에 따르면 엄마가 자녀들과 함께 외할머니집에 방문한 건 최근 들어 처음”이라고 전했다.

소방 당국은 사고 당시 집 안에 있던 전기난로가 엎어졌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화재 신고는 4층에 사는 주민에게서 “타는 냄새가 난다”는 내용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3층은 전소됐다. 5일 오전 합동감식을 실시할 예정인 경찰은 유족과 논의 후 부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아 양한주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