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구속수감 중인 박근혜(사진) 전 대통령이 총선을 42일 앞둔 4일 보수 결집을 촉구하는 옥중 메시지를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필 서한을 통해 “나라가 매우 어렵다”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자필 서한을 통해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전했다. 재임 중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 사상 첫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이후 공개 메시지를 낸 것은 처음이다. 강경 보수층인 이른바 ‘태극기 세력’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 단일대오를 갖추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한이 총선에 얼마나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승리로 민생이 살아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국민께 보답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내놨다. 박 전 대통령이 보수통합과 관련해 “실망도 했지만, 보수의 외연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한 대목이 통합당 중심의 반문(반문재인) 연대에 힘을 실어줬다는 게 야권 평가다.
박 전 대통령은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많은 분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경북에서 급증한 데 대해선 “너무나 가슴 아프다”고도 했다.
반면 이미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박 전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가 오히려 중도보수 이탈이라는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이 ‘탄핵 대 반탄핵’ 구도로 굳어질 경우 중도층이 통합당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태극기 집회를 이끈 정치세력의 지지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통합당과 태극기 세력이 합치게 되면 탄핵 문제가 재점화될 것이고, 보수 진영에선 내부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 변호사는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박 전 대통령 서한은) 교도소의 정식 절차를 밟아 우편으로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8년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현재 서울고법에서 심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은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지지 세력을 향해 ‘선동정치’를 하고 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서한은) 국민의 탄핵 결정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경택 심희정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