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나라 미래 걱정 많다” 깨알 같이 쓴 자필편지

입력 2020-03-05 04:02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필 서한을 기자들에게 들어보이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 발표는 4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메시지를 대독한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격으로 그간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하는 유일한 인물로 꼽혀왔다.

박 전 대통령 서한은 1000자가 조금 넘는 분량으로, A4용지 4장에 나눠 쓰였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자필로 직접 편지를 작성했다고 한다. 종이에는 친필로 보이는 글자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서한을 언제쯤 썼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쭉 (메시지를 내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셨던 것 같다”며 “특별하게 어떤 시점을 선택하신 것은 아닌 거로 알고 있다. (본인이) 결정해서 작성하셨고, 오늘 발표하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중이기 때문에 소지품을 함부로 외부에 반출할 수 없어서 영치품 반출 보고전을 작성해 교도소에 제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구치소의 허가가 떨어지면 영치품을 받기로 한 사람이 구치소 민원실을 통하거나 우편으로 받을 수 있다. 유 변호사는 “교도소의 정식 절차를 밟아서 박 전 대통령의 서한을 우편으로 오늘 사무실에서 수령했다”고 밝혔다.

4일 현재 1071일째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2006년 테러를 당한 이후, 저의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고 그 삶은 이 나라에 바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비록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 여정은 멈추었지만 북한의 핵 위협과 우방국들과의 관계 악화는 나라의 미래를 불안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걱정이 많았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왼쪽 어깨 수술을 했는데 재활과정을 거쳤지만 아직도 원활하지 않다”며 “오른쪽 어깨 부분도 상당히 고통스럽다. 건강상태가 좋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어깨 수술을 위해 서울 성모병원에 입원했었다. 당시 어깨 관절 부위를 덮고 있는 근육인 회전근개가 파열돼 왼쪽 팔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