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소매와 음식·숙박업 같은 서비스업의 지난해 말 대출 증가액이 역대 최대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에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들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다.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터여서 자영업계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예금 취급기관 산업별 대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서비스업 대출 잔액은 741조900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22조7000억원(9.6%) 늘었는데,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대 폭이다. 증가율은 2009년 1분기(11.1%) 이후 11년 만의 최대치다.
‘산업 대출’은 자영업자를 비롯해 기업과 공공기관, 정부 등이 1금융권인 시중은행이나 2금융권인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예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에서 빌린 자금을 말한다.
특히 서비스업의 운전자금 대출 증가세는 자영업의 팍팍한 현실을 대변한다. 운전자금은 인건비, 이자, 재료비 등 경영에 필요한 자금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대출잔액이 416조9000억원이었다. 전 분기보다 13조5000억원 늘었는데 2·3분기에 이어 3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장사가 안 되니 빌린 돈으로 ‘숨통’을 이어온 셈이다.
금융기관별로는 예금은행 대출이 12조7000억원 늘었고, 상호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대출은 10조원 증가했다.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8.4%로, 예금은행(6.5%)의 3배 가까이 됐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1금융권 대출이 힘들어지자,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은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업황 부진을 견뎌낼 여력이 부족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 올해 1분기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악화하는 등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고 있어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세도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대출 부실 여파로 자영업자가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