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4일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를 잇달아 소집해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과 사외이사진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이사진 추천 명단을 공개했다.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의 주주연합 공세에 맞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 주주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진칼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신규 사외이사 추천안, 사내이사 연임 및 신규 추천안, 배당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7기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했다. 주총은 27일 개최로 확정됐다.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사내이사 후보는 총 7명이다. 총 6명(사내 2명, 사외 4명)인 현 이사회를 사내이사는 3명, 사외이사는 임기가 만료된 1인 제외 기존 3명에 신규 5명을 추가한 8명으로 늘려 총 11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내이사 후보로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을 재추천했고,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을 새롭게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에는 금융전문가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포함해 한국자본시장연구원장을 지낸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 5명이 추천됐다.
김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 재정경제부 차관 등을 역임한 금융·행정 전문가. 2011년 저축은행 부실화 사태를 해결하고 금융시장 안정화를 도모한 경험이 있어 한진의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진칼은 기대했다. 검사 출신 최 교수는 한진칼의 첫 여성 사외이사 후보로 다양성 보장과 균형 있는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인사로 꼽았다. 주주연합 역시 지난달 13일 추천한 이사진 명단에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포함시킨 바 있다.
한진 측은 “사외이사는 지배구조 개선, 재무구조 개선, 준법 경영을 이끌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사내이사는 수송 물류 산업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독립성을 위해 거버넌스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 등 모든 이사회 내 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점을 고려해 사외이사 비중을 크게 늘렸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도 오후에 이사회를 열고 경제학 전문가인 정 전 총장과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기업 금융 전문가 박현주 SC제일은행 고문 등 3명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우기홍 사장과 이수근 부사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됐으며,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정관 변경안도 의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