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내 심장 나의 아가

입력 2020-03-05 21:02

가슴 위에 손을 얹는다
내 심장 나의 아가
너 거기 있지 맞지,
내 어머니가 나를 잉태했을 때
겨자씨보다 작은 나에게
영혼과 호흡이 와 있었다
이 말도 맞지,

사과 크기의
생명 피 주머니
너를 마음이라 부른다
마음 있어 내가 사람으로 살았다
한밤중 꿈속에서도
네가 함께 있었다
이 말 맞지,

바람 멈추듯
어느 때 내 숨결 그리되어도
말라서 바싹한 심장 안에
핏방울 몇몇 붉게 남으리라
이 말도 맞지 맞겠지,
내 심장 나의 아가

김남조의 ‘사람아 사람아’ 중

시인은 올해 아흔세 살이 됐다. 등단한 지 벌써 71년을 맞은 그는 자신의 문학 인생을 돌아보면서 시 52편을 모아 열아홉 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를 내놓았다. ‘내 심장 나의 아가’는 시집의 첫머리를 장식한 작품. 시인은 “사과 크기의 생명 피 주머니”인 심장을 “나의 아가”라고 호명한다. 언젠가 바람 멈추듯 삶이 끝나는 날이 오더라도, “나의 아가”인 심장에는 “핏방울 몇몇 붉게” 남아 있을 거라고 노래한다. 아흔 살을 넘긴 시인의 나이가 떠올라서일까. 천천히 시를 읽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코끝이 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