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질환 없는 첫 사망자 나왔다… 방역당국 긴장

입력 2020-03-05 04:07
3일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기 위한 교대 근무를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기저질환이 없는 사망자가 처음 발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으킨 폐렴이 직접 사인인 첫 사례가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33번째 사망자의 직접적 사인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폐렴”이라고 밝혔다.

33번째 사망자 A씨는 67세 여성으로 지난달 25일 기침과 오한 증세를 보여 대구가톨릭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이튿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사흘 뒤인 지난달 29일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해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실을 거쳐 음압격리병동에 입원했다. 이후 병원에서 인공호흡기 치료 등을 받았지만 이날 오전 1시50분쯤 끝내 사망했다.

김신우 대구광역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도 브리핑에서 “(사망자는) 기저질환이 특별히 있지 않은 분인데, 드물지만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A씨 이전에 발생한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모두 기저질환을 갖고 있던 확진자였다. 청도 대남병원에서 감염된 확진자는 폐쇄적인 정신병동 특성상 확진 당시 면역력이 극도로 약해져 있던 상태였고, 나머지 사망자들도 대부분 만성신부전과 당뇨, 고혈압, 간·심장 질환 등의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신종플루 등 최근에 유행했던 인플루엔자보다 폐렴을 일으키는 병독성이 훨씬 강한 바이러스기 때문에 기저질환이 없어도 사망에 이르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 거점인 이탈리아에서도 기저질환이 없는 61세 사망자와 50대 사망자가 처음 발생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폐렴을 유발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데다 자각증세가 약해 증상 확인이 쉽지 않기 때문에 상태가 악화된 이후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면역력이 약한 고령 확진자는 보다 면밀히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욱 최예슬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