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에 한국 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이 가시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전격적 금리 인하가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5.18포인트(2.24%) 오른 2059.33으로 장을 마쳤다. 앞서 7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1527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는 전날 미국 다우지수가 2.94% 하락한 영향으로 오전에는 약세를 보였지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늘어나며 상승 반전했다.
코스피 상승에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달러 약세가 호재로 작용했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앞서 기습 인하했다. 정례회의와 별도로 금리를 인하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연준은 통상 0.25% 포인트씩 금리를 조정해왔는데 0.5% 포인트를 깎는 ‘빅컷(big cut)’을 단행한 것도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될 경우 추가 금리 인하도 뒤따를 수 있다고 내다본다.
미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달러화도 약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4원 내린 1187.8원에 마감했다.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비교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한국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NH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국내 확진자 수가 고점을 통과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정부의 추경안 발표도 한국 증시 반등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 연준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가 향후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다우지수가 2.94% 하락한 것도 이런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연준에 겁을 먹은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금리를 내릴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리를 0.5% 포인트나 한 번에 내리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될 경우 쓸 ‘카드’를 소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준을 따라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긴급 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미 정책금리가 국내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향후 통화정책을 운영함에 있어 이런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