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올림픽 강행론에… 더 커지는 비관론

입력 2020-03-05 04:06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4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 올림픽하우스에서 집행위원회 회의를 시작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이 회의를 마치고 2020 도쿄올림픽의 정상 개최를 선언했다. AP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전 세계 선수들을 향해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라”고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올림픽 개막은 이제 1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IOC와 일본 정부는 정상 개최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현실은 험난하다. 올림픽 종목별 예선의 취소, 연기, 개최지 변경이 속출해 혼선을 빚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코로나19 확산국 국적의 일부 선수들은 예선 개최국의 입국 불허로 본선 출전의 기회마저 가로막혔다.

IOC 집행위원회는 4일(한국시간)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상황 해결을 위한 모든 조처들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 조처들을 지지한다”며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선수, 국가올림픽위원회, 종목별 국제단체, 각국 정부의 협력과 유연성을 환영한다. 모든 당사자가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IOC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올림픽 일정 변경 요구가 세계적으로 높아진 지난달 중순에 세계보건기구(WHO), 일본 정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날 성명은 TF의 논의를 바탕으로 올림픽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올림픽은 오는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진행된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성명 발표 이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듯 “어떤 사태로 발전해도 TF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IOC 집행위 성명은 일본 정부의 ‘올림픽 정상 개최’ 입장에 힘을 실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기 위한 IOC, 올림픽 조직위, 도쿄도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TF에 참가해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책을 수시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일본 도쿄 시부야 전망대에서 본 올림픽 주경기장. AP연합뉴스

하루 전만 해도 일본 정부 올림픽 담당 관료의 입에서 ‘지연 개최’ 가능성이 언급됐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담당상은 지난 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IOC와 개최도시 간 계약 내용을 언급하며 “올해 중이라면 연기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IOC 집행위 성명이 나온 뒤에도 일본 안에서조차 비관론을 들불처럼 키웠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한 올림픽 정상 개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IOC 206개 회원국 선수·임원·언론인·관광객이 2주간 도쿄와 주변도시에 뒤섞이는 올림픽은 현재 80개 이상의 국가에서 확인된 감염자를 전 세계로 확산할 위험이 크다. 스타플레이어의 출전 거부는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남자골프 세계 랭킹 5위 더스틴 존슨, 도쿄올림픽에서 신설된 스케이트보드의 첫 금메달리스트로 거론됐던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이상 미국)가 보이콧을 선언했다.

일각에선 도쿄올림픽의 취소나 연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무관중 경기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IOC는 큰 손실을 보지 않지만 도쿄올림픽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부흥의 계기로 삼고 막대한 투자를 해왔던 일본으로서는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는 20일 미야기현 히가시 마쓰시마시에서 열릴 예정인 올림픽 성화 도착행사는 감염에 대한 위험성 때문에 무관객으로 진행되는 것이 4일 결정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성화 봉송 계획이 변경되는 것은 처음이다.

올림픽을 정상 개최할지 아니면 취소나 연기할지는 늦어도 5월 말까지는 결정해야 한다. 현재까지 강행 입장이지만 IOC와 일본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