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전통산업 보전 ‘도심제조산업 허브’로 거듭난다

입력 2020-03-05 04:01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가 보전과 혁신이 어우러진 ‘도심제조산업 허브’로 거듭난다. 기존 소상공인 재정착을 통한 도심전통산업 생태계 보호와 젊은이들의 혁신 마인드를 통한 신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 재검토 발표 이후 상인·토지주, 사업시행자,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4일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전체 171개 중 일몰시점이 지난 사업 미추진 152개 구역은 관련법에 따라 정비구역을 해체하고, 주민협의를 통한 재생 방식의 관리로 전환한다. 정비사업이 추진중인 세운지구 11개 구역과 공구상가가 밀집한 인근 수표 정비구역은 단계적·순환적 정비사업을 통해 산업 생태계 보호에 나선다. 시는 실효성 있는 세입자 이주 대책을 마련한 후 정비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산업거점공간은 8곳이 새롭게 조성된다. 기계, 정밀, 산업용재, 인쇄 등 각 구역별 산업입지 특성을 반영한 공공임대복합시설, 스마트앵커시설 등이 들어선다. 특히 공간의 상당 부분은 정비사업 이주 소상공인들이 안정적 영업기반을 확보하도록 주변 임대료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임대상가(700호 이상)로 만든다. 나머지는 청년창업지원시설 등 신산업 육성공간으로 활용한다.

새로 조성되는 산업거점공간에서는 시제품 개발 원스톱서비스, 기술전수를 위한 마이스터스쿨 도입 같은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세운5구역 내 정비사업 해제지역에는 노후환경 개선과 생활 SOC 확충이 동시에 이뤄지는 ‘산업골목재생’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아울러 기존 산업과 3D 프린터 등 첨단기술, 젊은 디자이너 간 콜라보를 통해 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프로젝트를 시도한다.

서울시는 4월까지 일몰 관련 행정절차를 완료하고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절차에 들어가 10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세운상가 주변의 대표적인 ‘노포(老鋪)’ 을지면옥은 우여곡절 끝에 철거되게 됐다. 세운 3-2 구역 재개발 대상지인 을지면옥은 지난해 초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포 보존을 이유로 재개발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1년 넘게 협의가 진행돼왔다.

을지면옥 측은 “주변 상가가 모두 지금 모습으로 남는다면 우리도 동참하고, 주변 상가가 재개발되면 을지면옥도 철거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대부분 주변 상가들이 재개발에 찬성하면서 결국 재개발로 돌아섰다. 단 을지면옥은 상징성을 고려해 추후 인근 신축건물에 입주해 영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을지면옥의 뜻을 존중할 방침이다.

다른 유명 노포인 양미옥과 조선옥은 원형 보존 가능성이 크다. 조선옥은 이번 정비사업 해제지역(3-8 구역)에 포함돼 재개발 대상에서 빠졌다. 양미옥 일대(3-3구역)는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식당 주인이 원형 보존을 바라고 있다. 다만 양미옥 건물 소유주는 재개발을 바라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김재중 선임기자, 오주환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