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폭발적 확산 시발점이 대구 신천지 집회소임이 실제 통계치로 선명하게 확인됐다. 지금까지 검체 검사를 받은 대구 신천지 신도의 절반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대구 지역 전체 확진자의 80%가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신천지 신도를 제외하면 일반 대구시민 확진자는 800여명이다. 특히 지난달 9일과 16일 신천지 시설에서 열렸던 두 번의 대규모 종교집회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가 명단을 확보해 관리 중인 대구 신천지 신도는 1만914명이다. 애초 8000여명의 명단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교육생 등 정부가 확보한 추가 명단을 넘겨받아 인원이 더 늘었다. 때문에 대구시는 대구 신천지가 명단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등 거짓말을 했다며 대구 신천지 고위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대구 신천지 신도 중 72.8%인 7945명이 진단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가 통보된 5726명 중 3173명(55.4%)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까지는 진단검사를 받은 신천지 신도 2명 중 1명이 코로나19 확진자인 셈이다.
대구시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대구 지역 확진자 4006명 중 80% 정도가 신천지 신도다. 대구시는 나머지 역학조사 중인 800여명 중에도 신천지 신도의 가족, 직장 동료, 밀접접촉자 등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대구 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진단검사가 진행되면서 신도 내 확진율이 절반 정도로 떨어졌지만, 초기에는 진단검사자의 80%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발생한 31번 확진자(61·여·신천지 신도)가 참석한 9·16일 집회 참석자와 이들과의 밀접접촉자들이 진단검사 대상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최초 확보한 9·16일 집회 참석 1001명의 명단, 추가 명단 확보 후 조사과정에서 찾아낸 유증상 신도 1193명(1001명 중 유증상자 중복) 등 고위험군에 대한 진단검사가 먼저 진행됐고 이때 확진율은 무려 87%나 됐다. 환자발생 추이, 확진율 등을 종합하면 9·16일 두 차례 집회에 참석한 신도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급격히 대구 시내 전체로 확산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구시도 대구 신천지, 특히 9·16일 집회가 확산의 온상이라고 인식하고, 대구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가 마무리되는 이번 주가 중대 고비라고 보고 있다.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신도 조사가 끝나면 확산세가 꺾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대구시는 검사 초점을 일반시민으로 옮기더라도, 신천지 신도들의 자가격리 감시, 연락 두절 신도 추적, 검사 독려, 신천지 시설 추가 확인에 철저를 기할 방침이다. 이들을 막지 못하면 대구 전체가 바이러스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대구에서 방역현장을 지휘한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대구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신천지 신도 조사가 끝난 후 대구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다. 정 총리는 “지난달 9·16일 집회 관련 유증상자에 대한 진단검사가 전원 끝났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확진자가)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막연한 기대는 아니고 합리적인 추론에 따른 기대”라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