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더 늦기 전에 신천지 본격 수사하라

입력 2020-03-05 04:01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제2의 대구 같은 지역감염, 2·3차 감염 확산 사태로 이어지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감염병 대처의 핵심은 방역과 치료다. 검사 및 치료는 외국에서도 칭찬할 정도로 조금씩 진척을 보이고 있다. 반면 방역은 국민들에게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는 식의 원시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방역은 전염병의 침입 및 유행을 예방하기 위해 감염원, 감염경로 등에 대해 철저히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감염병 초기 비교적 성공적인 방역이 이뤄지는 듯했으나 지난달 18일 신천지 대구시설 예배에 참석한 31번 환자가 나타나면서 모든 게 꼬였다. 이후 신천지 신도나 그와 관련된 인물을 중심으로 감염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방역 당국도 어느 순간부터는 감염원과 감염경로를 찾기 버거운 모습이다. 이런 사이 국민들의 공포만 더 커가고 있다. 신천지는 그동안 부정확한 교인 명단 제출, 확진 판정을 받은 교인들의 신원 은폐 및 허위 진술로 방역 활동을 방해해 왔다. 이만희 교주가 지난 2일 뒤늦게 공개 기자회견에서 엎드려 사죄하며 정부 협조를 약속했지만 이틀이 지난 4일까지도 투명하게 내놓은 건 아무것도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검찰은 여전히 수사에 소극적이다. 대구지방경찰청이 지난달 29일과 3일 두 차례 신천지 대구 집회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이를 반려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강압 조처로 신자들이 음성적으로 숨는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방역에 긍정적이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한 것을 핑계로 삼는 듯하다. 하지만 신천지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할 것으로 믿는다면 순진하다. 그동안 음습하게 비밀주의로 세력을 확산해온 신천지가 조직이나 구성원 전체를 공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종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방역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 등 방법을 총동원해 신천지 핵심부의 전산자료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더이상 눈치보며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따질 여유가 없다. 검찰의 신천지 압수수색에 대해 국민 86% 이상이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를 무시해선 안 된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4일 국회에서 “지금도 (압수수색) 상당히 실기하고 있다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전방위적으로 총력전을 전개해야 할 아주 중대한 고비에 있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검찰이 방역실패의 방관자라는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