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가입자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가 지난해 목표로 했던 500만 가입자 달성에 실패한 이후로 아직도 이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이통사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5G 가입자 수는 495만8439명으로, 전달(466만8154명) 대비 약 29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월 5G 상용화 이후 월 순증가입자가 30만명 아래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가입자 증가율마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한 세대 전 통신서비스인 LTE의 경우 3G 대비 월등히 빠른 속도를 장점으로 상용화 1년 반 만에 가입자 150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추이를 볼 때 5G는 상용화 1년 반 동안 가입자 1500만명을 돌파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1000만명을 넘기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5G에 대한 사용자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이통 3사가 클라우드게임, AR(가상현실)·VR(증강현실) 등 5G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5G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완벽히 구축되지 않아 품질에 대한 불만도 높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는 5G 상용화 이후 서비스 품질을 측정한 첫 번째 결과를 오는 7월 공개해 사용자들에게 이통사 선택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키로 했다. 상·하반기에 각각 실시되는 올해 평가는 옥외, 실내, 유동인구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평가는 서비스 제공지역(커버리지), 통신품질, 5G-LTE 전환율 등이다.
보조금 경쟁이 완화된 점도 5G 신규 가입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전략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0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은 전작(갤럭시S10) 절반 수준인 최대 24만원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엔 이통 3사가 점유율 경쟁을 벌이며 대규모 보조금을 유통망에 지급하면서 매달 50만명 이상 가입자가 늘었고, 8월엔 한 달 만에 88만명이 늘어나기도 했다. 반면 최근엔 방송통신위원회의 단말기 유통망 감시가 강화되면서 ‘출혈경쟁’ 수준의 불법 보조금을 투입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6일 정식 출시되는 갤럭시S20 시리즈의 판매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마감된 갤럭시S20 사전 예약판매에서 누적 개통 물량이 전작의 70~80% 수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마케팅 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는 이통사가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B2B(기업 간 거래) 시장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통 3사는 올해도 꾸준한 비용 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5G로 인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3사의 5G 투자 규모는 총 16조8347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5G 단독모드(SA) 구축을 위한 투자에 상당액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