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스크 재사용’ 권고 논란

입력 2020-03-04 04:02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하나로마트 서서울농협 사직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마스크 재사용을 권고해 논란이다. 당초 마스크 재사용을 금지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품귀현상이 벌어지자 슬그머니 지침을 바꾼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는 3일 마스크 사용 개정 지침을 발표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보건용 마스크는 일시적으로 사용한 경우 동일인에 한해 재사용할 수 있다”며 “사용한 후에는 환기가 잘되는 깨끗한 장소에 걸어 충분히 건조한 후 재사용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또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실내의 경우에도 환기가 잘되는 개별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보건 당국은 일회용 보건용 마스크의 재사용을 권장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호흡할 경우 수분이 발생하고 필터가 먼지나 세균에 오염돼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같은 이유로 면 마스크를 사용하거나 보건용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WHO 지침은 마스크에 습기가 차면 즉시 새것으로 교체하고,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건 당국이 최근 마스크 수급 상황이 좋지 못하자 지침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지금 한국 상황에서 재사용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조건에서 잘 관리해서 쓰면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안내하기 위해 이번 지침을 개발했다”고 해명했다.

어떤 종류의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보건 당국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코로나19 의심자를 돌보는 경우 KF94 이상, 의료기관 방문이나 호흡기 증상 등이 있을 경우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 1월 29일엔 “보건용 마스크는 입자차단 성능에 따라 제품을 구분하고 있으며,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KF94’ ‘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에는 기침 등 호흡기증상이 있거나 운전기사·역무원·집배원 등 감염·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 종사자 등의 경우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날 또 ‘KF94’ ‘KF80’ 등급 마스크를 언급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