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우선’ 검사순위 바꿔… 일반시민 중 고위험군 먼저

입력 2020-03-04 04:04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앞에서 육군 제2작전사령부 소속 19화생방대대 장병들로 구성된 육군 현장지원팀이 방역작전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보건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 대상의 우선순위를 신천지 신도로 두던 것에서 일반 대구시민 중 유증상자·고위험군으로 변경키로 했다. 코로나19 첫 발생 43일 만에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서고 일반 대구시민이 신천지 신도 검사 물량에 밀려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전략을 변경한 것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일반 시민 중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신도보다 일반 대구시민들 검사를 더 확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정부는 대구 신천지 신도 8269명을 포함한 전국 신도 23만9000여명을 전수조사하겠다고 했었다. 앞으로는 신도 가운데 유증상자·고위험군만 검사하고 무증상자는 자가격리 후 연락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전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보건 당국의 전략 변경은 신천지 집단이 어느 정도 관리망에 들어왔다는 판단의 영향이 크다. 중대본에 따르면 대구 지역 신도 유증상자(1193명)의 감염률이 87%에 달한 것과 달리 대구·경북 외 지역에선 신도 유증상자(4066명)의 절반을 조사한 결과 감염률은 1.7%에 그쳤다. 대구 지역 신도의 양성 비율(87%)도 무증상자 검사까지 진행되면서 60%대로 낮아졌다. 김 1조정관은 “다른 지역에선 신도들의 집단감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또 신도들은 대부분 20대여서 위험도가 떨어져 일일이 검사하는 것이 행정력과 의료 인력이 부족한 현재 상황에서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반 대구시민 중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대구 지역 확진자 3601명 가운데 신도가 아닌 시민의 비율은 33.8%에 이른다. 초반에는 신천지와 관련된 확진자가 대부분이었는데 해당 비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신도 외의 대구 지역사회 확산이 상당 규모로 이어지고 있어서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확진자와 사망자도 크게 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확진자는 전날에 비해 974명 늘어난 5186명이 됐다. 사망자는 31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다소 늦었다고 지적하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자칫 ‘신천지 프레임’에 갇혀 중증 환자를 선별하고 치료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를 놓칠 뻔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결정돼 현장까지 적용된 상태는 아니다. 대구시는 여전히 신천지 신도 중 무증상자까지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변경된 방침의 신속한 이행이 요구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번 주가 신천지발 감염이 대구 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권 시장은 “신도들이 집단 감염된 날(지난달 16일)로부터 약 2주가 지나 곧 자가격리가 해제된다”며 “신도 전수조사가 마무리됐는데도 ‘지금처럼 확진자가 많이 나올 것이냐’를 보면 상승세가 꺾일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