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국민들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4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폭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컸다. 팍팍해진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민총소득이 더 쪼그라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총소득 3만 달러대를 사수하기 위해선 코로나19 사태의 빠른 극복과 함께 신산업으로의 체질 개선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2047달러로 2018년(3만3434달러)보다 4.1%(1387달러) 줄었다. 감소폭은 2009년의 -10.4% 이후 최대치다. 1인당 GNI는 2017년 처음 3만 달러대(3만1734달러)에 진입했었다. 지난해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1%에 그쳤다. 1998년(-0.9%)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다.
1인당 GNI는 우리 국민들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인구로 나눈 것으로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꼽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들은 소득은 줄고, 세금 등은 늘어나 체감하는 가처분소득이 훨씬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불황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박성빈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반도체 D램 가격이 50% 이상 하락했는데 원유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교역 조건이 안 좋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반도체는 싸게 팔고, 원자재는 비싸게 사오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전체적인 소득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5.9%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것도 달러화로 환산되는 1인당 국민소득을 끌어내린 원인이다.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내수 충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의 민간 부문은 반등하는 조짐을 보였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연속적인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부문의 4분기 실질 GDP 증가율 기여도는 0.4% 포인트를 기록했다. 기존 속보치에 비해 0.2% 포인트 늘어났다. 박 부장은 “수출이 낮아진 상태에서 내수 쪽이 높아져 긍정적”이라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런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인 게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2만 달러를 넘겼고, 2017년 3만 달러에 진입했다. 대내외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4만 달러 고지를 넘어서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선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체질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에 굉장히 의존하고 있다”며 “의료·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우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 기업 생태계를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