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없고 코로나 무서워”… 중국인 불법 체류자들도 脫코리아

입력 2020-03-04 04:03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3일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자진 출국신고를 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신천지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일로인 가운데, 돈벌이를 위해 숨어지내던 중국인 불법체류자들까지 ‘탈(脫)코리아’ 러시에 가담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일감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 공포까지 몰려오자 너도나도 귀국하겠다고 몰려든 것이다.

3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하루 동안 자진 출국신고서를 제출하려는 제주도 내 중국인 불법체류자 200여명이 몰려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이른 새벽부터 마스크를 쓴 채 몰려와 거의 건물을 에워쌀 지경”이라며 “무사증 제도를 이용해 관광객인 것처럼 제주에 들어온 뒤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 일당벌이 노동을 해온 불법체류자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출국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감염공포보다는 없어진 일자리 때문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광지인 제주도의 관광객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전체 도내 경기가 얼어붙었고 이와 함께 일용직 일자리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한 중국인 불법체류자는 “고향으로 돌아가도 일이 없긴 마찬가지지만, 급여도 받지 못하는 상태라 한국 체류비용도 감당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다른 중국인은 “일하던 식당에 손님이 거의 끊기면서 해고됐다”면서 “일도 없는데 혹여 나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귀국하기로 했다”고 했다. 중국 지린성 출신이라고 밝힌 중국인 여성은 “감염병이 퍼지는 상황이 장기화될 것 같고, 일감도 계속 없을 것 같아 함께 중국으로 들어가려 한다”고 했다. 중국인 불법체류자 대부분은 도내 식당과 건설현장, 양식장, 농장 등에서 일해왔다.

이들이 갑자기 이곳을 찾아 탈출 러시를 이루게 된 것은 법무부의 자진출국신고 제도가 한몫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법무부는 최근 코로나19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오는 6월까지 자진출국신고를 하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범칙금을 면제해주고, 재입국을 사실상 보장해주기로 했다.

지난달 17일부터 거의 끊겼던 제주발 중국행 항공노선도 일부 재개된 것도 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찾은 자진 출국신고 외국인은 지난달 24일 이후 하루 평균 70명으로 지난해 평균 20~30명을 크게 웃돌다가 3월 들어서자 갑자기 200~300명씩 몰려들고 있다. 제주지역 불법체류 외국인은 2013년 1285명에서 2017년 9846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사상 처음 1만명을 넘어섰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