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50만원, 나흘새 4000만원… 코로나 모금 ‘대학가의 기적’

입력 2020-03-04 04:08
경희대생 3명이 지난달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익명으로 올린 모금 제안글. 아래 사진은 모금액 전달 기관을 선택하는 투표. 에브리타임·모금단톡방 캡처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전국의 대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모금운동 소식이 들린다. 학생들은 한푼두푼 용돈을 아껴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대구에, 또 사투 중인 의료진에게 기부하고 있다. 대학가를 휩쓰는 기부 바람을 일으킨 건 3명의 경희대생, 문수현·박민희·송유빈(22)씨였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을 위해 모금운동을 하자는 글을 올렸다. 당시 목표는 딱 50만원. 하지만 모금에 나선 지 나흘 만에 누적액이 4000만원을 넘어서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용기 있는 제안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동네에서 손수레 끄는 어르신들한테 마스크를 드리려고 샀는데 이미 가지고 있더라”며 “개인 기부는 허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더 체계적으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교 모금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글을 올려 학생들을 모으게 됐다”고 했다.

모금 첫날인 지난달 26일에 들어온 돈은 100만원. 이들은 “이것만도 충분히 성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모금액은 급격히 늘었다. 이튿날엔 1200만원, 사흘째는 무려 2000만원이 쏟아져 들어왔다. 5000원부터 1만원, 3만원, 100만원까지 기부액은 다양하다.

호응은 컸지만 처음 해보는 일인 탓에 우여곡절은 있었다. 이들은 “모금액이 1000만원을 넘으면 당국에 미리 신고해야 하는데 당연히 안 넘을 줄 알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 600만원이 넘으니까 덜컥 겁이 났다”며 “무작정 동네 관청에 찾아가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불법이기 때문에 기부금을 다 돌려줘야 한다’고 하더라. 정말 청천벽력 같았다. 나중에 담당자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는데 ‘학생 신분이면 신고를 안 해도 된다’고 해서 마음 놓고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금한 돈 가운데 100만원은 지난달 27일 ‘경희대 학생 일동’으로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에 전달됐다. 이들은 “지역 거점병원이기도 하고 확진자가 많이 모이고 있어서 일손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날 2차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대한적십자사에 1000만원씩 전달했다. 이후에도 기부할 곳과 전달 방법 등은 단톡방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다른 대학들도 기부에 동참한다고 들었다”며 “경희대가 주인공이 돼 좋은 현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유승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