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요람, 대학로마저 뚫렸다. 연극인은 아니지만 관객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학로 소극장에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연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밀폐되고 협소한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앉아 관람할 수 밖에 없는 소극장은 바이러스 확산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소위 ‘사회적 거리 두기’와 전면 배치된다. 하지만 열악한 민간 예술단체가 미리 제작비를 투입한 상황이나 배우나 스태프의 생계를 고려할 때 쉽게 중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3일 종로구청에 따르면 대구에 거주하는 54세 여성 A씨는 지난달 22일 대학로 M시어터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오후 1시42분 혜화역에 도착해 대학로 소재 주변 음식점과 약국 등을 들렀다가 5시20분부터 대학로 M시어터에서 연극 ‘셜록홈즈’를 봤다. 이후 27일 A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셜록홈즈’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종로구 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통보를 받고 확산을 막기 위해 우선 기예매자들을 대상으로 환불 조치를 진행했다”면서 “곧바로 방역반이 출동해 소독을 마쳤고, 공연장은 오는 6일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이후 공연 여부는 상황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다른 작품들 역시 저마다 대응에 나섰다. 이미 적지않은 작품이 줄줄이 취소·단축·연기를 선택했지만 어쩔 수 없이 강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극단 관계자는 “대관료 등 제작비가 투입된 상황이라 공연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 공공극장은 일찌감치 기획공연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재정적 여건이 열악한 소규모 민간 단체들은 그동안 준비과정 등을 고려할 때 취소가 어려운 탓이다. 실례로 3·1절 101주년을 맞아 극단 민예, 연극집단 공외, 극단 평행, 프로젝트 그룹 등 4개 극단이 참여하는 ‘2020 친일청산 페스티벌’은 예정대로 4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에서 개최된다.
혜화당의 김세환 대표는 “공연예술은 2~3개월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 그에 맞춰 대관 일정도 짠다”면서 “대안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 공연을 중단해버리면 그 기간 동안 문화예술인들은 실업자가 돼버린다. 구체적인 지원이 뒤따라야만 공연 연기나 취소도 고려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도 우리의 일상이 정지될 순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소극장들은 공연장 내 손소독제나 열화상카메라를 비치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감염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전 공연프로듀서협회장인 정인성 아이엠컬처 대표는 “메르스나 신종플루 때도 그랬듯 열심히 방역을 하고 있지만 다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므로 다들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각 극단과 극장마다 사정이 있기에 일괄적으로 공연을 중단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 특히 민간 단체들은 생존의 문제가 달려있다”면서 “열악한 상황에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주시라”고 부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경영지원센터 내에 코로나19 전담 창구를 마련해 민간 예술단체의 피해신고를 접수받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