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의 소비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행과 외식 등 서비스 부문의 물가 상승폭을 끌어내리며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졸업식·입학식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화훼산업이 빈사상태에 빠졌고, 신학기 소비시장도 얼어붙는 등 봄철 소비지표를 지탱하는 ‘계절성 소비’도 사라졌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80(2015년=100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올랐다. 올해 1월(1.5%)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를 유지했지만 상승폭은 크게 둔화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사람들이 외출 등을 삼가자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4%에 그치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불어닥친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았다.
외식 물가는 0.7% 오르는 데 그치면서 2013년 1월(0.7%)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일반적으로 1~2월에 외식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냄에도 지난달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상승률이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외단체 여행비와 국제항공료도 전월 대비 각각 5.8%, 4.2% 하락했다.
코로나19는 연중 소비를 이끄는 ‘계절 특수’마저 자취를 감추게 했다. 올해 졸업식과 입학식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지난달 생화 가격이 전월 대비 11.8% 급락했다. 생화 가격은 경기가 호황인지 불황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경기가 좋으면 통상 2~3월에 대형 행사가 성대하게 열려 생화 가격도 오름세를 기록한다.
신학기·웨딩시즌 소비도 얼어붙었다. 예년 같으면 가전제품 업계를 중심으로 신학기 특별전이 열려 노트북과 PC 등의 판매가 크게 늘어나야 하지만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3~5월 결혼 성수기를 앞두고 지출 규모가 큰 신혼부부를 노린 혼수용 소비도 크게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서 제조해 들여오는 가전제품 수급이 어려워진 데다 큰 금액을 지출하는 신혼부부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올해는 계절 특수를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하순부터 두드러진 해외의 한국인 입국 금지 및 제한 조치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 신혼부부들이 결혼 및 신혼여행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어 봄 웨딩 시장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의 장기화 가능성을 경고한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는 소비심리가 급락한 이후 바로 반등세가 나타나며 4개월 만에 직전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이번에는 시일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심의관도 “코로나19 영향에다 3월부터 무상교육,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 요인까지 겹쳐 당분간 물가는 하락 추세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이종선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