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목 성장률 1.1%… 성장동력 급락 위험한 수준이다

입력 2020-03-04 04:03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은 문재인정부 3년 차 경제성적표로 볼 수 있다.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 상태 추락, 소득은 4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 정도로 요약된다.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다. 기준연도와 비교해 생산된 실물의 양을 비교하는 실질 GDP보다 명목 GDP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를 잘 보여준다. 물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전반적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때에는 실물은 2개 늘더라도 가격이 쪼그라들어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가치는 1.5개나 1개 늘어나는 정도에 그친다. 그런 명목 GDP 성장률이 지난해 1.1%로,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겪었던 1998년 이후 가장 낮았다. 1년 전인 2018년(3.1%)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4~5년 전 한국의 명목 GDP 성장률은 5~6%에 달했다. 소비와 투자 부진, 수출 감소 등으로 경제 활력이 얼마나 급속하게 쪼그라들었는지 보여준다.

게다가 국민의 생활 수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인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급감했다.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2047달러로 1년 전보다 4.1% 감소했다. 2015년(-1.9%)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국민이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을 벌어들였지만, 오히려 1인당 소득이 2018년에 비해 4% 이상 줄었다는 의미다. 환율 상승 탓도 있지만 1.1%에 불과한 명목 GDP 성장률이 보여주듯 경제 체력의 급속한 저하가 주원인이다. 그나마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정부 소비(전년 대비 6.5% 증가)를 크게 늘렸는데도 이렇다.

정부는 해외 요인 탓을 줄곧 하고 있지만 다른 주요국들의 지표는 우리만큼 급락하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성장률 하락 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크다. 올해는 연초부터 코로나19 사태의 충격까지 받아 앞이 더욱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대책을 넘어 이번 정부 들어 갈수록 가팔라지는 성장률 감소세에 제동을 걸 방책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