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주의 기자회견과 핵심 관계자 발언을 청취한 신천지 탈퇴자들은 사이비 종교집단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신천지 대처 신중론을 펼치는 사이 신도명단 누락, 팩트 왜곡, 비밀 모임, 동선 비공개 등 도덕적 해이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신천지 전도 교관으로 활동했던 김충일 안산 상록교회 전도사는 “신천지는 상부에서 ‘질병관리본부에 스스로 신고하라’는 명령만 내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조사를 단시간에 끝낼 수 있는 일사불란한 조직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방역당국에서 신천지 신도에게 일일이 전화해 코로나19 증상 유무를 묻고 있다”면서 “‘방역당국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교주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김 전도사는 “신천지에서 구역장 이상의 간부는 상급자에게 전화를 받을 때 3번 이상 전화벨이 울리면 추궁당한다”며 “일반 신도라고 예외는 아니다. 신속한 보고를 생명처럼 여기는 신도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건 의도적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탈퇴자들은 ‘신천지에 집단합숙소가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최근 신천지에서 나온 A씨는 “신천지에는 종일 포교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합숙팀이 지역마다 운영된다”며 “가정 핍박을 핑계로 가출한 청년 신도들이 모여 지내는데, 코로나19 유행의 온상지가 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천지 고위 관계자는 교육생 정보가 없어 방역조사가 어렵다고 했다”면서 “신천지의 사기 포교를 통해 교육생이 되기까지는 수백 개의 사전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이것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탈퇴자 B씨는 “신천지는 군대처럼 매일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게 일상”이라며 “그래서 ‘교회 폐쇄로 행정이 마비돼 내부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거짓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우한에 교회 건물은 없고 사람만 있었다’ 등의 거짓말을 너무 쉽게 한다. 정부와 언론,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탈퇴자들은 정부가 신중론만 펼쳐 신천지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도사는 “언론이 강하게 신천지를 비판하니 그나마 축소·조작된 명단이라도 내놓은 것”이라며 “신천지는 상대가 강할수록 저자세로, 약할수록 고압적으로 나서는 야비한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이들의 협조로 코로나19를 막겠다는 건 오산”이라며 “정부와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신천지를 지금이라도 압수수색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씨도 “정부가 강경 대처하면 신천지 신도들이 숨는다고 우려하는데, 신천지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당장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압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