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각국에서 예정 중이던 영화제 개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주최 측은 앞다퉈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먼저 5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개막 예정이었던 제22회 테살로니키 다큐멘터리영화제가 연기됐다. 영화제 측은 5월 말이나 6월 초 개최를 검토 중이다. 다음 달 6일 스위스에서 개막 예정이던 제네바 국제인권영화제도 개최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스위스 정부가 1000명 이상 모이는 모든 행사를 금지한 데 따른 조치다.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에서도 제22회 우디네 극동영화제의 개막일을 당초 계획했던 4월 24일에서 6월 26일로 연기했다. 이탈리아 북동부 소도시 우디네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유럽 최대 규모 영화제다.
아시아권도 비상이다. 3월 24일 개막 예정이던 제44회 홍콩 국제영화제도 개최 일정을 여름으로 변경했다. 4월 15일 개막하는 제10회 베이징 국제영화제도 예정대로 열릴지 불투명하다. 국내에서도 대종상 영화제와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영화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영화상 등이 연기됐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73회 칸 국제영화제(포스터) 개최(5월 12~23일 예정)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칸은 이탈리아와 근접한 지역인데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5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금지했다. 칸영화제 측은 “코로나19 영향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관계당국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과 진행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