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성 목사의 예수 동행] 거룩한 손을 들어 기도하자

입력 2020-03-04 00:03

나라를 위한 목회자 기도 모임 ‘말씀과 순명’ 첫 모임 때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왜 지금 목회자들이 모여 기도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그 이유를 말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이유를 말할 수 있게 될 때는 너무 늦을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에게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있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두려움’입니다. 지금 이렇게 모여 기도하는 것은 그런 불안한 일이 실제가 되지 않기 위함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그 두려웠던 일이 이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보다 더 크고 두려운 일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 두려운 일이 실제로 임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말 두려워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죄에 대해 단호하지 않고, 어쩔 수 없다 용납하며 살다가 주님 앞에 서는 것입니다. 적당히 타협하는 죄를 끊어야 합니다. 죄책감에 눌려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과 인격적으로, 친밀히 동행하자는 것입니다. 죄가 무엇인지 깨우쳐 주시고 그 죄에서 지켜주실 분은 예수님뿐입니다.

예수님과 친밀히 동행할 때 죄에 대한 애통이 생깁니다. 공동체 안에서 누군가의 죄를 깨달았을 때, 분노하거나 수군대거나 비난하는 것을 삼가야 합니다. 그것은 또 다른 죄입니다. 성경은 “여러분은 그러한 현상을 통탄하고, 그러한 일을 저지른 자를 여러분 가운데서 제거했어야 하지 않았겠습니까”(고전 5:2, 새번역)라고 말합니다. 죄에 대해 먼저 통탄하고 그다음 죄를 제거하라는 것입니다.

말씀과 순명 모임의 첫날 기도 인도를 준비할 때 한국교회의 죄를 먼저 회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떻게 회개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한국교회의 죄는 너무나 잘 알듯 교회와 목회자의 탐심과 탐욕, 교만과 불순종, 거짓과 음란, 시기와 분열이 있습니다. 우리는 늘 이런 죄를 고백하고 회개했습니다. 하지만 죄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우리에게 ‘말할 수 없는 탄식’(롬 8:26)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작 우리에게는 탄식의 눈물이 없었습니다.

후배 목사님이 간증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어떤 목사님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했답니다. 그 목사님이 남편 목사에게 모욕을 주었던 분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후배 목사는 “지금 그 목사님을 판단하고 있는 거예요. 얼른 축복하세요” 했더니 아내는 “판단이 아니라 사실을 말한 거예요” 했답니다. 그래서 다시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판단이에요. 축복기도 하세요.” 아내는 할 수 없이 그 목사님을 축복하며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그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다가 사모와 자녀들, 그 목사님이 섬기는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는데 점점 진심으로 축복을 하게 되더랍니다. 그러다가 부부가 울었다고 합니다.

회개는 죄를 지은 자가 하는 게 아니라 은혜받은 자가 하는 것입니다. ‘회개해야 한다’고 회개가 되는 것도 아니고 ‘회개하고 싶다’고 회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빛이신 주님을 바라보는 눈이 열려야 합니다. 그러면 자기 죄의 실상을 보게 되고 죽는 것 같은 고통과 말할 수 없는 애통함이 생깁니다.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가 함께 일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영혼이 살고 새 삶이 시작됩니다.

참으로 거룩한 손을 들어 기도하는 교회와 성도가 절실한 때입니다. 항상 은혜 안에 살아야 하겠습니다. 은혜를 더 받아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미 완전한 은혜가 주어졌기에 은혜를 누리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생명이며 왕이신 주 예수님과 동행하는 것입니다.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