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검체 채취를 놓고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 교주 이만희(89)씨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씨가 기자회견 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한 보건소 검체 채취를 거부하자 이 지사가 현장까지 직접 찾아간 것이다.
이씨는 2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가평에 있는 자신의 별장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씨는 “면목 없다. 사죄를 구하겠다”며 두 차례 큰절을 했다. 이씨는 그러면서도 “코로나가 뭔지 잘 모른다”거나 “하나님이 돌봐주실 것”이라는 등 책임 회피성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신천지는 최종 음성 판정을 받은 교주 이씨의 검사 결과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경기도 가평 HJ매그놀리아국제병원에서 발행된 진단서에 따르면 이씨는 코로나19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회견이 끝나고 가평군보건소 관계자들이 개인적으로 한 검사 결과는 믿을 수 없다며 검체 채취를 요구했지만 신천지 측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오후 7시30분쯤 페이스북에 “이만희씨, 지금 즉시 검체 채취에 불응하면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거부죄의 현행법으로 체포하겠다”고 밝히며 보건소와 소방서 관계자, 경찰 등과 함께 직접 기자회견 장소인 평화의 궁전으로 향했다. 이 지사는 오후 9시쯤 현장에 도착해 내부를 수색했지만, 이씨가 1시간 전쯤 평화의 궁전을 떠나 신천지 본부가 있는 과천으로 떠나 검체 채취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체 채취를 놓고 한밤에 추격전이 벌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씨의 검체 채취는 과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이뤄졌다. 이 지사는 현장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불행하게도 이씨를 못 만났다. 내가 오는 와중에 과천으로 출발했다고 한다”며 “이씨가 오후 9시 조금 넘어 (과천보건소에) 도착해 검체 채취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검체 채취에) 지금까지 불응하고 혼란 끼친 점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물을지 추후 논의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박근혜 시계’도 논란이 됐다. 교주 이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금장 손목시계를 차고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부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한 미래통합당 이건용 조직국 조직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정부에서는 금장이 아닌 은장 손목시계만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기자회견에선 준비해온 특별편지를 읽은 뒤 취재진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귀가 잘 안 들리는 듯 신천지 관계자가 바로 옆에서 질문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해줘야 답변을 이어갔다. 이씨 옆에 앉은 신천지 관계자는 ‘뒤늦게 기자회견을 연 이유가 뭔지’ ‘코로나19 사태는 마귀가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을 이씨에게 전했다. 이씨는 추가 질문을 하려는 취재진을 향해 “조용히 합시다. 우리는 성인입니다”라며 고함치기도 했다.
뒤이어 나온 신천지 본부 관계자들은 그동안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 정근영 본부 내무부장은 신천지 신도 리스트 누락에 대해 “우리는 서버를 삭제하지 않았다”면서 “질병관리본부에서 신도 리스트를 임의 대조하는 방식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신창 해외선교부장은 공개했던 1100여곳 외 다른 신천지 집회장이 있다는 지적에 “전체 1900여개 부동산 중 공개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곳을 빼고 공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부장은 “‘코로나19는 마귀가 한 일’이라고 했던 서신은 함께 고난을 해결하자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가평=황윤태 김이현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