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향을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경증·중증 환자 분류’의 신속성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판단할 의료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우려와 함께 새롭게 마련된 환자 분류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대응지침 개정판에 따르면 앞으로 확진자가 생기면 관할 보건소와 전문가로 꾸려진 시·도 환자관리반이 환자의 중증도를 4단계(무증상·경증·중증·위중)로 매기게 된다. 환자가 해열제를 복용해도 체온이 38도가 넘거나 호흡곤란·의식불명 증세를 보이면 중증, 위중 상태로 보고 병원에 입원시킨다. 해당 조건에 맞지 않으면 무증상, 경증으로 보고 연수원이나 호텔 등 시설에서 격리토록 한다. 이와 별개로 65세 이상, 만성 기저질환자, 고도 비만·임산부·투석환자 중 하나 이상에 해당되면 고위험군으로서 중증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런 기준을 모든 환자에게 일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와 정부의 판단이다. 이 기준은 기저질환이 다수 있는 환자도 체온이 38도 이하면 경증으로 분류하는데, 중앙임상위가 중국 환자 1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중증인데도 입원 시점에 체온이 37도보다 낮은 경우가 52%나 됐다. 또 중증 환자 25%가 단순 흉부 촬영에서 폐렴 증상이 안 보일 정도로 증세가 미미했다. 정은경 중대본부장도 “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은 현장 전문가 의견이나 지역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장 의료진의 판단이 관건인 셈인데 설상가상으로 이를 감당할 의료 인력은 부족한 상태다. 이날 정부는 경증 환자 격리시설인 ‘대구1 생활치료센터’에 경북대 의료진 포함 총 17명을 배치했지만 병원에서는 환자 치료에 여력이 없어 더 이상 추가 인력 파견은 어렵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중증도 분류에 투입될 인력은 아직 배정되지도 않았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신종 감염병이라는 점에서 ‘중증으로 진행될 환자’를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장에서 의료진이 임상적 증상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현재 인력 여건상 모든 환자를 분류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 일부는 31만명의 신천지 전수조사에 들이는 행정력과 의료 인력을 환자 중증도 분류작업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3~4주 전에 감염돼 이미 또 다른 감염을 유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천지 신도를 전수조사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