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수성구에 사는 문모(35)씨는 최근 보름 가까이 자체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자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면 모유 수유를 하고 있는 생후 5개월된 딸도 전염될까 두려워서다. 미국 시민권자인 문씨는 “남편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미국에서 지내라고 했는데 그때는 사태가 이렇게 급속히 퍼질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생후 45일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신생아와 태아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모와 태아 간 감염이나 모유 수유로 인한 신생아 감염 사례는 아직 보고된 바 없지만 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엄마가 확진자면 태아나 신생아에게 다양한 경로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접촉이 이뤄지는 순간 감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뜻이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2일 0시 기준 0~9세 연령대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2명이다. 지난 1일 경북 경산에서 45일된 남자아이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경북 포항에서도 3세 남자아이가 확진자 명단에 올랐다.
임산부가 확진자라면 태아나 신생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아직 태아나 모유 수유에 의한 신생아 감염 사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 중난병원 연구진의 한 논문에 따르면 최근 확진 산모 9명을 상대로 임상 조사를 한 결과 태어난 아이들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모유 수유에 따른 바이러스 전파도 불분명했다.
하지만 국내 의료계는 태아나 신생아의 감염 가능성 모두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윤경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혈관을 통한 태아의 감염뿐만 아니라 모유로 인한 신생아 감염 모두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코로나19가 모유를 형성하는 세포 안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모유 수유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체 접촉만으로 전염 위험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진서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엄마가 아이에게 모유를 주는 것 자체가 확진자와 접촉하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에 아이를 최대한 떼어 놓아야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