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휴가 냈는데 2주를 더 내려니 눈치가 너무 보인다. 유치원에서도 가급적 (아이를) 보내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하는데, 긴급 돌봄은 도무지 내키지 않고. 양가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고, 남편은 휴가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아예 휴직을 해야 하나 고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발표한 개학 연기 소식에 6세 자녀를 둔 채모(38)씨는 일단 돌봄휴가로 한 주 더 버티겠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더 길어질 경우 아이 초등학교 입학 때 쓰려고 남겨둔 육아휴직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일을 오는 9일에서 23일로 2주간 더 연기한다는 교육부의 2일 발표에 맞벌이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정부 조치엔 일단 수긍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약 3주 동안 아이들이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현실 앞에선 답답함을 호소한다. 범사회적 ‘돌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휴가 내는 게 여의치 않은 학부모들은 개별 기업이 재택근무라도 마음 편히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등학교 3, 4학년 두 아들을 키우는 정모(44)씨는 “회사가 아직도 재택근무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 속상하고 화가 난다”며 “새벽같이 일어나 아이들 아침, 점심 미리 챙겨두고 둘이 조심히 잘 지내라고 채비하고 나오는데, 출근길 마음이 무너진다. 재택근무를 해도 일에 지장을 안 줄 수 있는데 회사가 너무 꽉 막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감염병 확산을 막고 아동청소년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휴교를 추진한다면 기업도 발맞춰 확산 방지에 힘을 보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또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어서 기업들도 고민이 깊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대책 마련을 선뜻 못 하고 있다. 여직원이 대부분인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최모(48·여)씨는 “돌봄휴가를 준다고 해도 3주 연속으로 줄 수는 없다. 그 휴가를 안 쓰고 싶은 직원이 없을 텐데 그렇다고 모두에게 휴가를 주면 회사가 안 돌아가지 않겠느냐”며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쓰는 걸 얘기해봤는데 서로 누가 먼저 쓰느냐를 놓고 눈치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학교에서 운영하는 긴급 돌봄교실에 보내는 손모(41)씨는 “아이가 돌봄교실 가는 걸 좋아해 마음 편히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요즘은 워낙 맞벌이가 많다보니 돌봄교실 보내는 걸 흠이라고 생각하거나 특별히 속상한 마음을 갖지 않으려 한다”며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해서 좀 힘들겠지만 그래서 안심이 된다”고 덧붙였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돌봄보다 학습 문제로 고민이 깊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고모(46)씨는 “학교에 안 가고, 학원도 대부분 휴원하니 아이가 집에서 게임 하고 유튜브 보고 놀기만 한다. 아이도 답답할테니 봐주고 있는데 이러다 공부 습관을 제대로 갖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고3 수험생의 부모는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아이가 다니던 학원도 휴원해 집에서만 공부한다. 수험생 아이와 단둘이 하루 종일 지내자니 서로 숨이 막히는 것 같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아이도 영 마음이 잡히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문수정 강주화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