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민간 대형병원들 ‘병상 품앗이’

입력 2020-03-03 04:03
지난달 29일 전국 10개 국립대 병원장들이 충북 C&V센터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환자 치료를 위해 전국적으로 의료시설을 공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2일 밝혔다. 국립대병원협의회 제공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해 입원 병상이 부족해지자 서울의 대형 민간병원들도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 품앗이’에 나서고 있다. 국가지정격리병원인 서울대병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르면 4일부터 경북 문경 소재 자체 인재개발원을 무증상·경증 환자 격리치료 공간으로 활용키로 했다. 전국 10곳의 국립대병원들도 서울대병원의 ‘병원 밖 시설’ 치료 모델 구축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2일 의료계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지난달 29일 대구에서 긴급 이송된 중증 코로나19 환자 1명을 음압병실에서 치료 중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음압병상 22개를 갖추고 있으며 모두 코로나19 환자 치료용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음압병상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은 모두 다른 병실로 옮겼다. 병원 관계자는 “국립중앙의료원 전원조정상황실을 통해 병상 배정을 요청받았다”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악몽이 있는 삼성서울병원도 지난달 29일과 이달 1일 각 1명의 대구 지역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해 치료하고 있다. 병원 측은 메르스 유행 당시 병원 내 감염 확산으로 부분 폐쇄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고민 끝에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나서기로 했다.

18개 음압병상을 갖춘 서울성모병원도 이르면 4일부터 대구 지역 중증 환자를 받고 아울러 별관에 경증 환자 치료를 위한 30개 음압병상을 추가로 준비 중이다. 앞서 서울아산병원은 지난달 27일 경북 영천의 70대 여성 환자를 이송받아 치료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경북 문경의 인재개발원을 병원 밖 격리시설(100개 객실)로 만들기로 하고 경증 환자 입소를 위해 방역 당국과 협의 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경증 환자에 대해 격리 전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검사를 시행해 관리가 가능할지 판단한 후 입소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10여명의 의료진을 내려보내고 서울 본원과 화상회의를 통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등 10곳의 국립대병원 원장들은 지난달 29일 충북 C&V센터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경증 환자의 경우 지방 의료원과 중소병원에서 치료하고 위급한 중증 환자는 서울지역 대형병원으로 보내는 분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지방병원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일반 중증 환자의 수술을 서울 지역 병원에서 소화하자는 의견도 개진했다. 서울대병원이 선제적으로 운영하는 병원 외 별도 격리 시설 모델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