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급조된 토양에선 결실 없다”

입력 2020-03-03 04:02

조원태(사진)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창립 51주년 기념사를 통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을 에둘러 비판했다.

조 회장은 2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기념사에서 “이런저런 재료를 섞어서 급조한 토양, 이해관계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하고 기업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자리에 심어진 씨앗은 결코 결실을 볼 수 없다”면서 “가치 있고 소중한 우리의 씨앗은 마땅히 좋은 곳에 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 회장과 맞서고 있는 3자 연합을 ‘급조한 토양’에 비유하며 임직원과 주주들에게 경영권 방어의 정당성을 역설한 것이다. 조 회장은 이어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뎌낸 성숙한 땅, 씨앗을 소중히 품어주고 충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임직원 여러분의 일상과 헌신, 희생을 심기에 합당하고 적당한 토양”이라며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성실히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에 담긴 가치 있는 미래를 보며 사랑과 정성으로 가꾸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3자 연합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조 회장의 ‘우군’인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을 견제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이 현재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의 길로 나아감에 있어 델타항공이라는 오랜 파트너와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델타항공이 스스로의 이익과 평판을 지키는 것은 물론 한진그룹의 앞날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