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회항’의 진실…외교부는 뭘 했나요

입력 2020-03-02 18:35 수정 2020-03-02 23:58
인천공항 계류장에 2일 운항이 없는 여객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날 러시아 사할린주와 뉴질랜드가 코로나19 유입 방지를 위해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 절차를 강화하면서 한국인 입국 금지 또는 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나라는 총 82개국으로 집계됐다. 인천공항=최현규 기자

정부가 베트남 당국의 한국발 항공기 착륙공항 변경 지침을 미리 인지하고도 지난달 29일 아시아나항공의 하노이행 여객기 회항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정부가 구체적인 시행일자를 통보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국민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산에 따른 베트남 정부의 공항이용 정책 변경방침을 인지한 것은 회항 사태 발생 나흘 전이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은 지난달 26일 홈페이지에 대구·경북 지역 방문자의 베트남 입국 금지 조치 등을 알리는 ‘코로나19 특별안전공지’를 올렸다. 대사관은 이 공지에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가 전날 발표한 ‘지시문’을 번역한 문서도 첨부했다.

응우옌 총리는 지시문에서 “교통운송부는 한국 내 전염병 발생지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 닝성 번돈공항(북부)과 빈딘성 푸깟공항(중부), 껀터시 껀터공항(남부)에 하강하도록 방향 변경을 지시한다”고 적시했다. 번돈공항과 껀터공항은 각각 하노이공항에서 차량으로 3시간, 호찌민공항에서 차량으로 4시간 거리에 있다.

외교부는 베트남 총리 지시문이 발표된 지난달 25일 대사관으로부터 베트남 정부의 한국발 항공기 착륙공항 변경 지침을 보고받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지 공관 담당관이 베트남 당국을 접촉해 베트남의 조치가 과도하다고 항의하고, 실제 조치 돌입 전에 사전협의를 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베트남 당국이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베트남 당국이 총리 지시사항을 언제부터 시행하는지 일절 설명하지 않았고, 총리 지시문 발표 이후인 29일 오전까지도 한국발 항공기들이 하노이 소재 노이바이국제공항을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베트남 측이 운항 관련 정보를 항공고시보(NOTAM)를 통해 사전에 통보해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지난 1일 응우옌부뚜 주한 베트남대사를 초치, 강한 유감을 표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 외교소식통은 “나흘 가까이 시간이 있었음에도 변경된 항공 정책의 시행일자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면 외교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도 “항공 운항은 해당국이 항공고시보에 통보하기 전까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께 불편을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2일 김현미 장관 명의로 베트남 항공 당국에 서한을 보내 갑작스러운 한국발 여객기 착륙 금지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3일 0시부터 모든 한국발 미국행 노선 탑승객에 체온계로 발열검사를 하며, 탑승구에서 37.5도 이상 발열이 확인될 경우 탑승이 거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