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에 코로나까지 겹쳐… 전세 부족 40개월 만에 최고

입력 2020-03-03 20:06

12·16, 2·20 대책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연말연초 전국 전세수급 상황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의 국민은행 시세 분석에 따르면 2월 전세 수급지수는 평균 157.7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8 포인트 급상승했다. 이는 2016년 11월에 164.4을 기록한 이후 4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며 수치가 높을수록 공급 부족,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의미한다.

지역별 전세수급지수를 살펴보면 서울 160.8, 경기 150.4, 인천 159.2 등으로 지난해에 비해 수도권 전세수급상황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서울의 전세수급 지수는 87.5에 불과했지만 1년 새 73.3 포인트 올랐고, 경기지역도 83.7에서 66.6 포인트 급등했다.

이 같은 전세 수급 불균형은 과도한 규제 여파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내 집 마련을 겨냥하던 수요자들이 급격한 가격상승 및 대출·청약 규제로 단기 매매를 포기하고 전세시장에 눌러앉는 경향이 커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 보여주기에 대한 거부감에 중계업계 자체가 개점휴업상태에 들어가며 거래시장 침체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매매 거래 침체에 따른 반대급부로 전세시장은 이미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부동산114의 2월 마지막주 조사에 따르면 서울 전세시장은 매물 부족으로 오름세가 이어지며 관악(0.14%), 강남(0.10%), 성동(0.10%), 양천(0.08%), 강북(0.08%) 등 전 지역이 고르게 올랐다. 수용성 등 집값이 치솟은 경기 남부권은 물론 대구, 세종 등도 꾸준히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다만 강화된 대출규제, 코로나19로 예정된 수순에 가까운 금리인하 등을 감안할 때 전세가격이 요동칠 경우 다시 갭투자 수요가 고개를 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대구·세종·전남·광주 등 주요 지역에서 전세품귀현상이 계속되고 전세가격마저 치솟으면 전세를 끼고 주택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당분간 거래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나 유동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비규제지역이나 9억 이하 중저가 아파트로의 투자수요 유입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