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에 다니는 최모(35)씨는 지난주부터 세 살 딸을 돌보며 집에서 근무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린이집이 휴원하자 회사에 자청해 재택근무를 하게 된 것이다. 최씨는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이틀에 한 번씩 과일, 아이 간식 등을 ‘쿠팡’을 통해 주문하고 있다. 저녁에는 남편과 ‘배달의 민족’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을 배달해 먹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며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일종의 경제활동을 하는 ‘홈코노미(home+economy)’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상당한 소비 위축을 야기하는 점에서 온라인 거래 증가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홈코노미’가 코로나19의 모든 충격을 보완하지 못할 전망이다. 온라인 시장 규모가 오프라인 시장에 비해 여전히 미미한 편인 데다 자칫 물가와 고용률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여신금융협회와 백화점 업계 등에 따르면 2월 셋째주 ‘온라인 쇼핑’은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음식점과 백화점 매출은 각각 14.2%, 20.6% 급감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월 19일을 기점으로 오프라인 소비는 크게 감소하고, 온라인 소비는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인 쿠팡은 주문 시 다음 날 배송이 가능한 ‘로켓배송’ 요청이 폭주하고 있다. 11번가와 SSG닷컴도 생필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거래가 급증한 건 관련 시장이 커진 영향도 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35조원에 달했다. 1년 새 21조원 증가했다.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온라인 소비’가 ‘오프라인 소비’의 위축을 일부 보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
다만 한계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은 여전히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정부 입장에서는 온라인 거래의 양면성도 고민이다. 통상적으로 소비가 증가하면 물가와 고용도 좋아진다. 그런데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린다. ‘아마존 효과’다. 또 온라인 거래가 증가하면 그만큼 오프라인 가게들이 부진을 겪는다. 한국은행의 ‘온라인 거래 확대의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거래 확대는 2014년 이후 근원물가를 연평균 0.2% 포인트 내외,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연평균 약 1만6000명 감소시켰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온라인 거래도 국내총생산(GDP)에 반영되기 때문에 전체 소비 위축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시장 규모가 작아 오프라인 소비 위축을 모두 보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