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환자 치료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모든 환자를 입원 치료하던 체계를 개편해 중증도에 따라 치료를 달리하기로 한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하루 수백명의 환자가 발생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심화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자가격리 중 사망한 환자가 잇따라 발생한 후에야 대책 마련에 나서 늑장 대응 논란도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입원 중심의 코로나19 치료체계를 중증도에 맞는 치료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다음 날부터 적용되는 ‘환자 중증도 분류 및 병상 배정 지침’에 따르면 의료진으로 구성된 시·도별 환자관리반(중증도분류팀)이 환자의 중증도를 4단계(경증·중등도·중증·최중증)로 분류한다. 중등도 이상의 환자는 음압격리병실이나 감염병전담병원에 입원 조치하고, 경증 환자는 지역 내 공공시설, 숙박시설 등을 활용한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 의료진이 상시 모니터링하게 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국 각지의 국공립 및 민간시설을 활용해 생활치료센터를 신속히 확충할 예정”이라며 “대구 소재 교육부 산하 중앙교육연수원은 당장 2일부터 입주가 가능하고, 1000실 이상 확보를 목표로 다른 시설들도 생활치료센터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가 이미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는 병상 부족 문제를 예견하고 경증 환자는 자가격리하거나 임시시설에 격리해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22일만 해도 “자가격리를 통해 확진환자를 치료할 계획은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적정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연달아 사망하고 나서야 정부 지침이 바뀐 것이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환자 중증도에 따른 치료체계 개편에 대해 “어쩌면 1, 2주 전에 했어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하루 500~600명씩 확진자가 급증하는 대구지역은 현재도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만 1662명에 이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으로 확진자가 전날보다 586명 추가 발생해 총 확진자가 3736명으로 늘었다. 대구에서만 469명이 추가돼 누적 2705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중증도에 따른 치료체계 개편이 고령자·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으로 진료 역량을 집중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경증 환자를 관리·치료할 경우 병상 확보뿐만 아니라 자가격리로 인한 가족 내 감염이나 이탈 문제도 해결된다. 생활치료센터는 가능한 한 1인 1실로 배정될 방침이다. 환자 간 교차 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해 방역에도 최대한 집중한다.
다만 한정된 의료진으로 하루 수백명씩 늘어나는 확진자를 빠르게 분류하는 것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능후 1차장은 “대구시의사회를 주축으로 중증도 분류를 계속 하고 있고, 대한의사협회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예슬 최지웅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