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가 주범” 목소리… 법조계, 제2 구원파 사태 전망

입력 2020-03-02 04:04
경기도 가평군 주민들이 1일 가평군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을 마스크를 쓴 채 지나가고 있다. 이 진료소에선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평=윤성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신천지를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로 겨냥해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가 신천지 관련자들이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방문했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신천지를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교주 이만희(89·사진)씨를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해 고발하면서 이씨 등 신천지 지도부에게 살인 혐의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질병관리본부는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증가세와 신천지와의 관련성을 매우 높게 보고 시설 폐쇄 등을 추진해 왔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8일 법무부에 신천지 신도 24만4000여명의 중국 및 우한 방문 기록 조회를 요청하면서 지난해 7월부터 광범위한 기간을 요구했다. 이에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기간의 출입국 이력까지 조사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분석을 요구한 것은 질병관리본부였는데, 그 깊은 의도까지는 모르겠다”며 “취지대로 회신했을 뿐이며, 질병관리본부 측이 이후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법조계에서는 국가적 비상상황이라는 시의성을 고려하면 신천지에 대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회를 매개로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는데도 신천지가 정부의 역학조사와 자료제출 요구에 미온적이라는 의혹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천지 신도들의 명단 누락 등 자료의 불일치를 말하고 있다”며 “사태가 엄중함을 감안하면 방역 당국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누구든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교주 이씨는 마침내 살인죄로도 고발됐다. 서울시는 이날 이씨와 신천지 12개 지파장 등 지도부를 살인죄, 상해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 시장은 소셜미디어에서 이씨를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진원지의 책임자’라고 지칭했다. 박 시장은 “이 총회장(이씨)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서울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등으로 형사고발하겠다”고 예고했었다.

사실상 특수부로 분류되는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승대)도 신천지 피해자들이 대검찰청에 이씨를 고발한 사건을 지난달 말 배당받아 수사하고 있었다. 법조계는 수사기관이 이씨 조사 후 살인 혐의까지 적용할 가능성을 극히 낮게 바라본다. 한 변호사는 “이씨의 행위가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하려면 많은 증거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수사의 초점은 신천지 측이 고의로 부정확한 신도 명단을 국가에 제출했는지, 종교시설의 위치 정보를 은폐했는지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원파에 대한 검경 수사가 진행됐던 전례가 거론된다. 당시 구원파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컸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의 핵심 원인은 무리한 증축으로 드러났고, 구원파에 대한 수사는 정부의 대응 실패를 호도하려는 것이었다는 비판도 이후 제기됐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