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감 검사해보면 단서 나올 것”… 코로나19 발원지 美로 몰아가는 中

입력 2020-03-02 04:05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고 밝힌 중난산 원사.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유행성 독감이 기승을 부렸는데 그 바이러스가 코로나19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며 발원지를 미국 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9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같은 곳에서는 감염지역 방문이나 환자와의 접촉이 없는데도 감염된 사례가 많이 보고되는 등 바이러스 근원에 대한 논의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발원지 논란을 제기했다.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은 전염병 권위자로 꼽히는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촉발시켰다. 중 원사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비슷한 시기 우한시 방역지휘본부는 베이징청년보에 맨 처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발병 전 우한 화난수산시장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발원지가 우한이 아닐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중국은 여기서 나아가 바이러스 발원지가 미국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쩡광 수석과학자는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을 겨냥해 “특히 전염병 발병지를 방문했거나 감염자와 접촉하지 않은 환자들이 중국 밖에서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유행한 독감과 일본 언론 보도 역시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일본 아사히TV는 독감으로 사망한 미국의 일부 환자가 실제로 코로나19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이 유행 독감 환자에 대해 핵산 열쇠로 검사하지 않는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인터넷 여론도 미국 발원설의 근거로 제시됐다.

쩡 수석과학자는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독감에서 회복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체 검사를 해볼 수 있다”며 “만약 이 테스트에서 (코로나19) 양성으로 나타나면 바이러스의 발원지에 대한 직접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지난해 유행하기 시작해 1만2000명의 사망자를 낸 독감 등 전염병 관련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