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베트남에 한국인 격리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 정부가 한국인 입국 과정에서 취하고 있는 ‘14일 격리 조치’를 고려한 조치다. 열악한 격리시설이 되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기반에 깔려 있다.
발단은 베트남 정부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다. 최근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베트남은 한국에서 입국하는 이들의 의료신고서 작성을 의무화했고 대구와 경북도를 거친 이들은 입국을 금지했다. 이외 지역의 경우 14일간 격리 후 입국이 가능하다. 이 조치는 확대될 수도 있다. 지난 29일 베트남 하노이 공항이 한국발 여객기 착륙을 금지한 규제책도 갑작스럽게 결정·발표됐었다.
하늘길이 아예 막힌 것은 아니지만 우려가 남는다. 격리 대상인 한국인들이 머물러야 하는 베트남 ‘집중격리구역’의 보건 상황이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양국 경제 교류의 첨병인 기업 관계자들의 보건 안전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격리시설과 관련해 한국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외교부와도 상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1일 기준 81개국이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한 가운데 유독 베트남에 격리시설 지원을 검토하기로 한 배경에는 급증한 양국 교역 규모가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수출액은 481억7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가 기준으로 중국(1362억600만 달러) 미국(734억200만 달러)에 이어 3번째로 수출액이 많다.
한·베트남은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2015년 이후 교역액이 급증했다. 그만큼 한국에서 직접 투자로 진출한 기업도 늘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규모도 다양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8000~9000개의 한국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게다가 몇 년 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파문 이후 경제계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1순위 대체 선호국이 바로 베트남이었다. 이를 감안해 기업인들의 왕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한국 경제에 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진출 기업과 한국을 오가는 이들의 교류가 아예 막히지 않도록 하는 일도 주요한 과제다. 업계 관계자들은 14일간의 격리 조치만으로도 이미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현지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가스공사처럼 대구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베트남이 중국 국경을 막았을 때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 공급되는 자재는 수입 가능하도록 타진한 바 있다”며 “코로나19에도 양국 교류가 원활하도록 외교·통상 노력을 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