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위안부 의도적 은폐 흔적… 가려진 피해자 더 나올 수도”

입력 2020-03-02 04:05

“일본군 위안부 관련 명부는 조작되고 은폐된 피해자들의 실상입니다. 이를 분석하는 건 일본의 은폐 시도를 알리는 작업입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오는 4일로 1429차를 맞는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역사에 대해 한·일 양국은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과 운영 실태를 보여주는 명부(名簿·명단)를 분석하는 일은 조작되고 은폐됐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상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일본이 기록한 피해자의 모습은 온전하게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가 3·1절을 맞아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과 운영 실태를 보여주는 명부 분석 성과를 종합한 연구서 ‘덧칠된 기록에서 찾은 이름들’을 발간한 것은 일본의 각색 자료를 온전한 모습으로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위안부 관련 연구자들은 수년간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를 오가며 명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를 책으로 냈다.

이 책의 공동저자라고 할 수 있는 한혜인 동아시아평화와 역사연구소 전임연구원은 1일 “피해자가 귀환할 때 위안부가 아닌 다른 직업 등으로 각색된 자료로 남은 게 지금의 명부”라며 “명부 분석이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기억을 명부의 기록과 비교·대조해 일본군의 위안부 역사 은폐 시도를 명명백백하게 알리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증거로 남지 않은 피해자들을 어떻게 역사화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공공역사’로 만들어가는가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연구서에는 일본군이 작성한 유수명부(留守名簿), 타이완척식주식회사의 위안소 운영 관련 명부, 팔렘방조선인회명부, 중국 진화계림회명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 담겨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 명부 기록에 피해자들의 직업은 ‘위안부’라고 적혀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유수명부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은 간호부·고용원으로 기록돼 있는 식이다. 일본 정부가 여전히 위안부 동원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만큼 앞으로 위안부 관련 명부 분석을 통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들이 더 나올 가능성도 크다. 또 다른 공동저자인 윤명숙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장 직무대리는 “명부 분석으로 우리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위안부 피해자로서 실존했던 분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직무대리는 “위안부 역사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자들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며 “수요집회 등 위안부 해결 운동도 중요하지만, 이런 연구 성과를 내놓는 것 또한 할머니들에겐 또 다른 치유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