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 못 모였지만 온라인 예배는 뜨거웠다

입력 2020-03-02 00:01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교회가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1일 온라인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주일예배는 변함없이 드려졌다. 교회 예배당이 아니라 가정별 온라인예배로 진행됐다. 1일 한국교회 상당수가 사상 처음으로 주일예배 모임을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서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일대는 한산했다. 교회는 이날 오전 7시 1부 예배는 미리 촬영한 녹화분을 온라인을 통해 송출했다. 2~3부 예배는 이영훈 목사가 텅 빈 예배당에 나와 방송으로 설교를 전했다. 4부 예배는 조용기 원로목사가 같은 방식으로 설교했다. 5~7부 예배는 녹화 중계로 대체됐다. 교회 설립 이래 처음이다.

교회 성도인 구필자 권사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렸지만 3부 예배를 앞두고 교회를 찾았다. 구 권사는 “예배당 출입이 안 되는 건 알지만 교회가 보고 싶어 나왔다. 마음이 쓸쓸하다”며 “거짓된 신천지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하나님은 아실 것이다. 기도하면서 이 싸움을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서울 온누리교회 한 성도 가족이 모니터를 통해 집에서 예배드리는 모습. 강민석 선임기자

이날 중·대형교회는 대부분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서울 용산구 만리현교회(이형로 목사)는 교회 중직자들이 교회 입구에 나와 온라인예배인 줄 모르고 나온 어르신 성도들을 안내했다. 교회 인터넷 홈페이지나 동영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소형교회들은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하거나 예배 자료를 미리 나눠줬다. 인천 징검다리교회(유인환 목사)는 28일 성도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미리 예배순서와 설교문을 배포했다.

각 교회는 온라인예배 안내문을 공지하고 예배자로서의 거룩함과 자세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여러분이 계신 그곳이 바로 교회”라며 “예배자의 모습으로 자리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목사도 “주일예배만 신앙생활의 전부로 여기고 살았던 일들을 청산하고 매일 주님과 동행하는 기회로 삼자”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은 한국교회 사역 현장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일주일 사이 각종 예배와 사역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성도들이 각자 신앙생활을 공유하는 등 교제가 확대됐다.

지난달 20일 자발적으로 예배당을 폐쇄한 경북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는 예상치 못했던 ‘영적 부흥’이 일어나고 있다. 김종원 목사는 “성도 가족끼리 예배드리는 사진을 공유하는 문화가 생겼는데 ‘오랜만에 3대가 가정예배를 드렸다’ ‘불신자였던 남편도 같이 예배하며 손을 모았다’ 등의 사연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회 윤혜원 집사 가정은 아이들이 직접 만든 헌금함을 갖고 예배에 동참했다. 윤 집사는 “네 명의 아이 모두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릴 기회가 없었는데 좋은 기회를 얻었다”며 “아빠는 촬영 담당, 엄마는 예배 생중계 준비, 첫째는 헌금위원, 둘째 셋째 넷째는 예배의 자리를 지키며 하나의 작은 교회가 됐다”고 전했다. 교회공동체 안에서는 재미있고 은혜로운 사진과 사연을 선정해 기프티콘을 선물하는 이벤트까지 생겼다.

공예배 중단으로 예배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도 되고 있다. 경기 수원중앙침례교회 강은자 성도는 고명진 담임목사 등 사역자들에게 주일예배가 끝난 뒤 메시지를 보냈다. “예배를 드리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예배당에서 말씀을 듣고 마음껏 찬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은혜였는지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서울 강남비전교회(한재욱 목사)는 2일부터 나라 민족 교회 가정을 위한 방송기도회를 개최한다. 30개 기도제목으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수요일 제외) 매일 저녁 8시 기도의 불씨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임보혁 최기영 서윤경 김아영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