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신도들 영상회의하며 내부 결속 다져”

입력 2020-03-02 00:01

신천지 신도들이 자택에서 인터넷을 통해 영상회의를 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동요하는 신도들을 단속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모친이 서울 지역 신천지 신도라고 밝힌 한 A씨는 지난 28일 국민일보에 이 같은 내용을 제보해왔다. A씨는 “현재 어머니가 모임이나 예배엔 나가지 않지만, 줌(zoom)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천지 측과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일상을 누군가에게 계속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는 감염 양성 반응이 아니라 음성 반응이 나왔는데 병원이 잘못 검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천지를 없애기 위한 수를 쓰는 것이다’란 식의 유언비어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 신도들은 평소 인터넷이나 신문·방송의 뉴스는 마귀의 것이라며 아예 읽지도 보지도 말라고 교육받는다. A씨는 “신천지 신도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충일 전도사는 “신천지 신도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신천지에 대한 외부의 공격이라 보고 내부적으로는 더 단단해지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전도사는 2005년 한동대 입학 후 대구의 신천지 다대오지파에서 특전대 생활을 하며 신천지 포교 활동에 주력했다. 현재는 회심해 이단 전문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 전도사는 “주변에서 이단이란 시선을 받는 탓에 이단 신도들끼리는 내부 결속력이 강하다”면서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교리가 맞고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는데 마귀가 조종해서 핍박받는 것이라 여긴다. 외부의 공격에 내부적으로 단단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천지 신도들은 신분을 숨긴 채로 찜질방, 카페, 소그룹 공부방 등을 활용해 전도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A씨는 또 어머니가 신천지 신도임을 속이고 포교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A씨는 “어머니가 ‘신천지 신도임을 속이고 간호사를 전도했는데 이번 사태로 신천지 신도인 게 들통났다. 다 잡은 물고기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법원은 최근 “신천지 소속임을 숨기고 접근해 포교하는 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신천지 피해자 B씨 등 3명은 신천지 서산센터의 계략과 모략에 미혹돼 최대 7년간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며 2018년 12월 신천지 서산센터와 5명의 포교꾼을 상대로 총 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민사1단독 안동철 판사는 지난달 14일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하며 “어느 정도 교리에 순화될 때까지 숨기고 있다가 이후 신천지라는 것을 밝히는 형태의 전도방법은 종교의 자유를 넘어, 우리 헌법과 법질서가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그 자체로 위법성이 있다”고 밝혔다.

임보혁 백상현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