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취약시설 18만여명 ‘예방적 코호트 격리’ 전격 시행

입력 2020-03-02 04:05

경기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무려 18만여명에 대해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전격 실시하기로 했다. 기저질환을 가진 노약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중증을 앓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미리 이들을 격리해 외부감염 유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확진자가 나온 시설 또는 병원에 대한 코호트 격리는 있었지만,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단 코호트 격리를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병을 일으킨 환자가 나온 시설 전체를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양로시설 장애인거주시설 노인요양병원 정신병요양시설 정신요양기관 등 도내 1824개 시설에 대해 14일간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대상자는 이들 시설에 장기 또는 단기 입원·입소한 노약자, 장애인, 정신병환자 전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이들 시설에 소용된 인원은 18만여명으로 파악된다.

이 지사는 “감염병은 ‘지연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이런 조치를 시행하게 됐다”며 “격리라는 힘든 상황을 인내해 달라고 말하는 게 가슴 아픈 일이지만,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이 고비를 함께 이겨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에 돌입하는 시설은 시설장 및 병원장의 판단에 따라 입소자와 입소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 유지되는 범위의 필수종사자들도 모두 외부와 격리된 생활을 해야 한다. 입소자 가족을 포함한 방문자 면회는 전면 금지되고, 외부 물품을 반입할 때는 반드시 소독을 실시해야 한다.

도는 각 시설의 이행 여부를 계속해 점검하는 한편, 다른 시설들에 대해서도 코호트 격리를 독려할 방침이다. 필요시 코호트 기간을 연장하고 대상 시설도 추가할 예정이다. 또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하는 시설에는 종사자 시간외수당, 식비·간식비 등 격리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전액 보상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도는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즉각 시행할 수 없는 시설은 코호트 격리 전까지 외부인 방문을 전면 금지하고 종사자는 근무시간 외에는 자가격리를 잘 지켜줄 것을 주문했다.

다만 도는 “강제사항은 아니다”면서도 “국가적 재난 상황에 직면해 적극적인 동참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부연했다.

경기도가 이 같은 전격적 조치를 취한 것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3500여명을 넘어선 데다, 기저 질환을 가진 노인층, 만성질환자 등의 사망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 때문이다. 감염 취약계층을 소극적 방법이 아니라 적극적 방법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시설 가운데는 경북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과 칠곡 중증장애인시설, 부산아시아드요양병원, 서울 종로노인복지관 등이 다수 포함된 상황이다. 외부감염원이 유입되면 곧바로 시설 전체 입소자·입원자들에게로 급속 확산된 경우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