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대표팀의 카타르오픈 참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카타르 정부의 ‘한국인 입국 시 14일 격리 조치’로 좌절됐다. 대표팀은 앞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해 최대 3달 동안 해외 대회에 참가, 도쿄올림픽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기 위한 랭킹 포인트를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복수의 탁구계 관계자들은 1일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시 14일 격리 방침을 고수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어 미리 개최국에 들어가는 방향으로 대회 참가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출국 후 귀국하지 않고 해외에서 체류하며 여러 대회들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3일 열리는 카타르오픈 불참은 1일 오전 0시35분 출국을 고작 8시간 남기고 급박하게 결정됐다. 대표팀은 29일 오후 9시3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집결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오후 4시쯤 대표팀 선수단도 진천선수촌을 출발했다. 하지만 오후 5시가 가까워지도록 카타르 정부의 격리 원칙이 대표 선수들에 한정해 예외 적용될 조짐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선수단을 태운 버스는 다시 진천으로 핸들을 돌렸다.
박창익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출국 전까지 기다려보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지만 카타르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정보를 받아 철수했다”며 “1~2%의 확률 때문에 선수단을 (코로나19 위험지역인) 공항에 투입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오픈만 문제가 아니다. 남자 대표팀은 세계 랭킹 4위, 여자 대표팀은 랭킹 6위다. 도쿄올림픽에서 중국 등 탁구 강팀들을 초반에 피하려면 현재 랭킹을 유지하거나 올려야 한다.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면 랭킹 유지가 힘들다. 한국인 입국 금지나 격리 방침을 밝히는 나라가 늘고 있어 카타르오픈 이후 참가하려 했던 일본·홍콩·중국·호주오픈 참가도 불확실한 상태다.
이에 탁구계는 대표팀 훈련·대회 참가 계획을 수정하기 위해 급하게 논의를 시작했다. 도쿄올림픽 직전 참가가 예정됐던 6월 호주오픈까지 최대 3달 동안 입국 가능한 국가들을 다니며 훈련하고 대회에 나선다는 게 현재 유력한 계획이다.
박 실무부회장은 “(참가를 고려했던) 크로아티아오픈도 크로아티아 정부가 격리 방침을 밝힐 정도로 하루하루 대회 참가 가능성이 변동하는 상태라 어떤 대회에 나설지는 아직 미정”이라며 “카타르오픈 불참 문제를 겪었기에 문화체육관광부·외교부와 미리 논의해 훈련·대회 참가 일정을 정확히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김택수 남자대표팀 감독은 “선수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서라도 기존에 참가하려던 대회를 최대한 참가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