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팔이 잘 안 올라갈 땐 ‘어깨힘줄 파열 의심’… 재파열 막는 게 관건

입력 2020-03-02 18:05 수정 2020-03-02 18:26
날개병원 이태연 원장(가운데)이 관절내시경 영상을 보며 어깨 회전근개 파열 환자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은 어깨힘줄이 끊어져 있는 모습.

힘줄이 파열되기 전 단계일 경우 약물·물리·주사치료로 개선 가능
파열 면적 크면 재파열 위험 높아… 동종이식물보강술 병행 때 효과


70세 이모(여)씨는 3~4년 전부터 어깨 통증에 시달려 왔다. 물리치료와 한의원에서 침 치료도 받아봤지만 그때뿐이었다. 어느 날 빨래를 하던 중 어깨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껴 정형외과를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어깨 힘줄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열돼 있었다. 의사는 나이가 들며 힘줄이 노화돼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3㎝가 넘는 대형 파열이었기 때문에 일반 봉합수술로는 재파열이 우려돼 약해진 힘줄을 보강하는 생체 적합성 패치를 덮어 수술을 마쳤다. 어깨를 들기조차 힘들었던 이씨는 3개월이 지난 현재 재활치료를 마치고 전처럼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쇼핑상가에서 일하는 안모(49)씨는 한 달 전 작업 도중 넘어지는 바람에 어깨를 땅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X선상 뼈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결과 어깨 힘줄이 터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파열 범위가 커 봉합수술과 함께 힘줄을 강화하는 패치를 붙이고 본인의 배에서 추출한 지방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시술을 하나 더 받았다. 수술 전 아파서 어깨를 움직이지도 못했던 안씨는 6주간의 재활치료를 마치고 초음파 검사 결과 건강한 사람과 동일한 정도로 회복된 것이 확인됐다.

어깨 통증의 여러 원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질환이 어깨 힘줄인 ‘회전근개’ 파열이다. 앞서 이씨와 안씨도 어깨 힘줄이 손상돼 고초를 겪은 사례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감싸고 있는 4개의 힘줄이다. 여기에 퇴행성 변화나 큰 충격이 가해지면 염증이 생기고 터져버리는 것이다. 회전근개 파열은 주로 어깨를 많이 써서 발생하는데 요즘엔 격렬한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층, 장시간 PC를 사용하는 직장인에서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어깨질환 특화 날개병원 이태연 원장은 2일 “외상에 의한 것보다는 퇴행성 변화나 다른 원인에 의해 어깨힘줄이 손상돼 병원을 찾는 이들이 더 많다”면서 “예전엔 50, 60대 환자가 많았는데 최근 30, 40대 운동 마니아 특히 어깨를 위·아래로 과하게 움직이는 배드민턴, 테니스,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즐기는 이들 가운데 힘줄 파열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회전근개 파열 환자는 2014년 55만2620명에서 2018넌 76만8856명으로 5년간 39.1% 증가했다. 또 날개병원에서 최근 3년간 어깨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2377명 가운데 회전근개 파열 환자가 56%(1336명)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석회화건염 14%(334명), 어깨충돌증후군 9%(223명) 등 순이었다.


어깨 힘줄이 파열되면 어깨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고 팔을 들어올릴 때 통증이 있다. 낮보다 저녁에 통증이 심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팔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 이 원장은 “팔을 들어올릴 경우 손상된 부위를 지나갈 때는 아프다가 아픈 부위를 건너뛰면 덜 아프기도 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방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힘줄이 파열되기 전 단계의 ‘어깨충돌증후군’이거나 심하지 않은 부분층 손상이라면 약물이나 물리치료, 주사치료로 개선이 가능하다. 어깨질환도 수술은 최후의 수단이다. 보존적 치료로 호전이 없거나 힘줄의 절반 이상이 손상됐다면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봉합수술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봉합수술 이후 힘줄이 다시 터지는 경우다. 이 원장은 “회전근개 파열의 크기와 면적이 클수록 재파열 위험이 높아지고 환자 나이가 많을수록, 수술 시간이 오래 소요된 경우일수록 힘줄 회복이 잘 되지 않고 재파열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날개병원 의료진은 이 같은 문제의 해법을 힘줄 봉합수술에 더해 동종이식물보강술과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찾아냈다. 동종이식물보강술은 사체의 피부에서 세포 성분을 제거해 면역 반응이 없도록 가공한 인체조직이다. 이를 일정한 크기의 패치 행태로 만들어 봉합된 부위에 덧붙이는 것이다. 흔히 옷이 많이 찢어져 꿰맬 때 실로 당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천 조각을 덧대어 주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원장은 “힘줄 파열 범위가 3㎝ 이상으로 크거나 별병한 지 오래돼 주변 조직이 위축됐을 때는 단순 봉합수술만으로는 회복이 더디거나 재파열 우려가 높은데, 이럴 때 패치를 덧붙여 봉합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재발률을 3% 미만으로 낮췄고 평균 입원기간도 2일로 줄여 빠른 회복을 도왔다.

이 원장은 이런 임상 결과를 미국 정형외과학회(AAOS) 학술대회에 발표해 주목받았다. 과거 동종이식물보강술에 사용되는 인체 피부조직 제품을 수입에 의존했으나 최근에는 국산 제품이 공급돼 환자 부담도 많이 줄었다.

또 하나, 줄기세포 치료는 현재 여러 난치성 질환의 해결책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정형외과 영역에서는 인대나 힘줄 손상, 특히 어깨 분야에서는 회전근개 파열 치료에 주로 적용된다. 힘줄이나 연골은 다른 조직에 비해 혈액순환이 불량해 회복이 더디다. 이 때문에 회전근개 손상 시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못 받으면 어깨근육 자체가 위축되거나 파열된 힘줄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 수술 시 봉합 자체가 어렵고 수술 후 재파열 위험이 높아진다. 여기에 환자의 골수나 복부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조직을 재생하는 치료법이 주효할 수 있다. 이 원장은 “힘줄이 광범위하게 파열됐거나 근육 자체가 위축된 경우 봉합수술과 동종이식물보강술에 더해 줄기세포 치료를 병행하면 수술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채취에 따른 부담감 때문에 복부 지방보다는 골수 유래 줄기세포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치료 순서는 수술 시작 전 환자의 골반뼈에서 50~100㏄ 정도의 골수를 채취한다. 이후 원심분리기를 통해 줄기세포를 분리·농축해 준비해 둔다. 이어 관절내시경을 통해 봉합수술이 진행된다. 수술 마지막 단계에 피부조직 패치를 덧붙이고 종료 직전 줄기세포를 봉합 부위에 주사한다. 이 원장은 “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의 몸에서 추출한 것을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 반응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