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초당적으로 총력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비롯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선언적 합의를 내놓는 데 그쳤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민생당 유성엽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국회 사랑재에서 1시간40분간 회동한 후 공동발표문을 내놨다. 발표문은 ‘국가적 역량을 모아 총력 대응한다’ ‘국회의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와 정부는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한 과감하고 신속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등의 내용이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크게 걱정되는 것이 경제”라며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정권 전체가 너무 안일하고 성급했다”면서 “도대체 무슨 근거로 머지잖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느냐”고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안이하게 대응하다가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었다. 또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보인 파안대소는 온 국민의 가슴을 산산조각냈다”고 했다. 지난 20일 문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 팀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황 대표는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면서 문 대통령의 사과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놓고선 팽팽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주장에 대해 “지금 입국금지는 불가능하고 실익도 없다”며 “이것을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할 경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금지 대상국이 될 수 있다”며 “2월 4일 이후 중국인 입국자 중 확진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황 대표는 “입국 금지가 코로나 위기 초반에 반드시 실시됐어야 한다. 시중의 말처럼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 때문에 입국 금지를 못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15 총선을 연기하는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유 대표가 총선 연기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진정 시기를 지금 가늠하고 이야기하긴 어렵다”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마스크 대란’과 관련해 “마스크가 부족하면 추가로 특단의 대책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단의 대책은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직접 국민에게 마스크를 공급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구의 신천지 검사 결과가 심각하다. 전국 곳곳에 신천지 신도들이 있어 대구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도 되고 방역 차원에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원탁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의 회동을 위해 국회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예산과 입법 지원을 얻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들과 5차례 회동했다. 이날 회동은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110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박세환 박재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