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환자 치료·관리 ‘임시 병원’ 시급” 목소리

입력 2020-02-28 04: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급증하고 있는 25일 오후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병상 배정도 받지 못하고 숨지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보건 당국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병상 배치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중증도 분류’ 논의가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관련 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13번째 사망자는) 고령에다 기저질환도 있었기 때문에 우선 입원 조치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사망자는 확진 판정 이후 보건소 담당 직원이 하루에 2회 전화로 상태를 확인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하고 숨졌다.병상과 인력이 모두 부족한 대구에선 입원 대기 상태 환자들이 폭증하고 있어 이런 비극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보건 당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현장에서 병상 배치를 위해선 먼저 어떤 환자가 위급한지 분류할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아직 이를 논의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중증도 분류) 지침에 대해서 최종 전문가 의견수렴 과정에 있다. 가능한 오늘 중이라도 시행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은 “연령이나 산소포화도 등 어떤 요인에 가중치를 두고 환자의 상태를 평가할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현장에서 병상 배치가 원할하게 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중증 환자의 선별치료를 위해서 환자들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경증 환자들만 한꺼번에 모아 관리하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내 체육관이나 전시장에서 침상을 2m 간격으로 띄워 늘어놓고 칸막이를 설치해 의료진이 여러 명의 환자를 보살피는 환경을 말하는 것”이라면서 “중국 우한에서 시행했던 방식으로, 환자 수가 급증해 상황이 점차 심각해지는 대구는 보건 당국과 협의해 검토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