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승에도 극단들이 작품 올리는 까닭 뭘까

입력 2020-03-01 18:18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공연 회차를 10회에서 3회로 줄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선정작 ‘의자 고치는 여인’의 한 장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기승으로 공연계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소관 24개 기관이 차례로 휴관에 들어가고, 전국 공공극장은 공연을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로에는 여전히 공연이 올라가는 곳이 적지 않다. 관객이 확 줄어든데다 코로나19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연을 선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소속 극장인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은 지난해 공연예술 창작산실 사업에 선정된 작품들을 올리고 있다. 창작산실은 연극·뮤지컬·무용·오페라·전통예술 등 공연예술 분야에 예산을 지원해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사업이다. 매해 약 25편 작품에 20억 넘는 예산이 지원되는데, 규모가 상당해 예술단체들에는 중요한 기회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창작산실은 현재 3월 말까지 연극·무용·뮤지컬 등 7개가 남아있다. 예술위 측은 “연습이나 공연에 코로나19와 관련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극단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7일 개막하는 극단 물결의 ‘의자 고치는 여인’은 원래 10일로 예정됐던 것을 3일로 줄였다. 6일 개막하는 극단 물리의 ‘대신 목자’ 역시 공연 회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중이다. 또 시나브로가슴에 무용단은 6~7일이었던 ‘HIT&RUN’의 공연을 6일은 관객 대상으로 하되 7일은 관객 없이 네이버 생중계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폐막을 원래 예정됐던 1일에서 지난 27일로 앞당긴 ‘마트료시카’의 포스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창작산실에 선정된 극단이나 무용단 등 단체들이 공연을 어떻게든 올리려는 것은 취소될 경우 재정적 타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창작산실에 선정되면 단체가 대관료를 내고 티켓 수익을 가져가거나, 대관료를 면제받는 대신 수익의 20%를 극장에 낸다. 공연이 취소되면 단체가 대관료, 무대 제작비, 배우 개런티 등에서 일부 자부담한 비용들이 큰 부담이 된다. 지원금 집행분에 대한 처리도 애매하다.

민간이 제작한 일반 공연의 경우 피해는 더 크다. 대관 일정과 배우 스케줄을 다시 맞추기 어렵고, 관객 신뢰를 저버리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민간 극단들은 계획했던 공연을 취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견 극단 고래 역시 대학로에 있는 극단 연습실에서 한달에 한번씩 올리는 30~40명 규모의 워크숍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이해성 연출가는 “두달간 준비한 공연을 일순 없애긴 어려웠다. 기다리는 관객도 많았고, 구성원들의 열정도 컸다”고 설명했다. 대신 방역에 힘쏟을 계획이다.

코로나19의 여파에도 대학로에 연극이 계속 올라가는 데는 이런 구조적 어려움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인력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극단들이 적지 않은 시간을 제작에 투자한 상황에서 갑작스런 방향 선회는 쉽지 않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이 어그러지면서 발생하는 재정적 타격을 감내할 극단은 많이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가 극단의 체질 개선과 공연계의 구조적 지원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