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천지 신도 중심 ‘지역전파’ 확산… 당분간 급증세 지속”

입력 2020-02-28 04:02
경기도 과천 신천지 숙소에서 집단 격리 중인 한 신도(오른쪽)가 27일 건물 밖으로 나오자 시청 직원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이 숙소에 거주하던 20대 남성 2명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자로 확인돼 과천시가 집단 격리 조치를 내렸다. 과천=윤성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대구 신천지 유증상 신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전파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은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 당국은 대규모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 조기 발견과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최근의 확진자 발생 상황을 검토해 보면 국내적으로는 국내에서의 지역전파가 확진자 급증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실제 대구 지역에선 지역전파 양상이 확연하다.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전국에서 새롭게 추가된 확진자 505명 가운데 대구에만 422명이 집중됐다. 대구에서 신천지 유증상자에 대한 집중검사가 이뤄진 영향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현재 감염병 특별관리지역(대구·경북 청도)의 (환자) 발생은 16일쯤에 노출된 감염자가 잠복기를 지나 증상 발현이 되고 이들이 검사를 통해 순차적으로 확인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대구 지역의 신천지 신도가 가장 위험요인이고 집단 발병에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적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서울 은평성모병원과 관련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확진자가 11명 추가됐다. 은평성모병원 관련 확진자 11명을 거주지로 보면 은평구 6명, 강동구 2명, 종로구 2명, 서대문구 1명이다. 의료진과 입원 환자에 대한 검사가 추가로 진행 중이라 앞으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부산에선 해운대 나눔과행복병원에서 2차 감염이 발생했다. 신천지 본부가 있는 경기도 과천에서도 전날 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다만 경북 청도 지역에서의 환자 발생은 주춤해지고 있다. 실제 경북 지역에선 25~26일 50~6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지만 27일에는 28명으로 줄었다. 이는 경북 지역 슈퍼전파지인 청도 대남병원 환자들을 대부분 외부로 이송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건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 같은 환자 급증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아직 대구 신천지 신도와 다른 지역 신도, 접촉자들의 검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매일 통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은 “중국 우한 사례를 보면 (발병) 두 달쯤 뒤에 (확진자 수가) 정점에 갔다고 볼 수 있겠다”면서 “(국내에서도) 당분간은 환자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금은 아마 자가격리 대상자들 중에서도 증상이 있거나 자기가 먼저 검사를 받겠다는 사람들을 우선해서 진단검사를 하기 때문에 며칠간은 환자의 증가세가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일반 시민들과 환자의 접촉을 차단하고, 감염자들을 빨리 찾아내 격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신천지 신도 등에 대해서는 전화조사와 능동감시를 통해서 자가격리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환자들을 조기 발견하면 2차, 3차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