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난에 한진칼株 연일 신고가… 최후 승자는 KCGI?

입력 2020-02-28 04:05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한진칼 주가가 치솟고 있다. 일각에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경영진에 맞서 주주연합을 결성, 세를 키우고 있는 사모펀드 KCGI가 3월 주주총회 결과와 무관하게 사실상 최대 승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CGI 측은 한진칼에 공개 제안했던 이사 후보들의 선임을 주총 의안으로 상정하라며 가처분을 신청, 공세를 강화했다.

27일 한진칼 주가는 장중 한때 6만8000원을 기록한 끝에 6만5000원(8.33% 상승)으로 마감됐다. 전날 상장 이후 처음으로 6만원을 돌파했던 한진칼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이날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는 내달 주총을 앞두고 친(親)조원태 진영과 반(反)조원태 주주연대 사이에 치열한 지분 다툼의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주총 의결권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고정됐지만 양측이 주총 이후의 세 싸움을 염두에 둔 듯 공격적 지분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주주연합 측 반도건설이 지난주 5%에 달하는 지분을 추가 매입하자 조 회장 측의 백기사로 간주되는 델타항공도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며 맞불을 놨다. 델타와 카카오를 포함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6%대, 주주연합은 37%대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하고 있다.

특히 주총 승패를 떠나 첨예한 대결 구도를 설계하고, 한 달 사이 40%에 가까운 주가 상승으로 높은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는 KCGI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먹튀’를 우려하는 항간의 시선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수익률로 대변되는 펀드의 속성상 주가를 대대적으로 띄운 KCGI는 이미 성과를 낸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진칼은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의안상정 가처분을 25일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한진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주총 상정 안건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 주총까지 상당기간 남아있음에도 마치 한진칼이 주주 제안을 무시한 것처럼 가처분을 신청해 유감”이라며 “회사 이미지를 훼손하고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사법절차를 악용하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한진그룹은 또 서울 송현동 토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유휴자산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해 관련사에 매각 자문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요청서는 부동산 컨설팅 등 각 업계를 대표하는 12개사에 발송됐으며 주총 전날인 내달 24일까지 제안서를 받고 심사를 통해 최종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